김지철 충남교육감

오늘 아침밥은 드셨나요? 등교맞이를 위해 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본 승용차 안의 풍경이 잊히지 않는다.

죽이나 김밥을 먹고 있는 학생과 운전을 하면서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와의 실랑이가 한참이다.

이렇게라도 먹을 수 있다면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하며 이현주 시인의 '밥 먹는 자식에게'라는 시를 떠올렸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6월 매일 아침밥을 먹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수능시험의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평균점수가 남학생은 6.4점, 여학생은 8.5점이 더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특히 아침을 전혀 먹지 않는 여학생은 외국어 영역에서 고득점을 얻을 확률이 매일 먹는 학생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꼬박꼬박 아침밥을 챙겨 먹는다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과 자기 관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아침밥을 먹는 것은 책가방을 챙기는 것 만큼 중요하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면서 먹방과 쿡방에 열광하는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아침밥을 거르고 있다.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성, 체력과 성적 향상을 위해 아침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에 충남교육청과 충청투데이는 아침밥 먹기 공동 캠페인, ‘아침밥 먹고 힘내자!’를 추진 중에 있다.

지난 달 본격적인 캠페인 운영에 앞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기자가 함께하는 '아침밥 먹기 토론회'를 가졌다. 아침밥을 먹지 않은 학생들은 오전수업엔 집중력이 부족하고, 점심식사 후엔 조는 학생이 많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포도당이 부족해져 몸속에 있는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게 되는데, 이때 젖산이 쌓여 피로감이 배가 된다는 영양교사의 부연 설명도 있었다. 아침밥을 먹는 학생 중에 공부 못하는 학생은 있어도 공부 잘하는 학생 중 아침밥을 굶는 학생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침밥을 못 먹는 이유에 대해 고등학생 토론자는 학생의 의지 문제라며 부모님이 바쁘실 때는 자신이 직접 차려 먹는다는 당찬 모습을 보이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생은 수면 부족으로 입맛이 없고 아침식사 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등교시간을 더 늦추거나 야간자율학습을 줄여 귀가 시간을 당겨달라고 건의했다.

이밖에도 아침밥은 다이어트와 변비,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고, 쌀 소비량을 늘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침밥은 가족 사랑의 시작이다. 학교와 일터로 나서기 전,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음식물 섭취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것은 사랑이며 교육이다. 하버드대학교 캐서린 스노우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만 3세의 어린이가 책읽기를 통해 140개의 단어를 배울 때, 가족식사를 통한 대화에서는 1000여개의 어휘를 습득한다고 한다. 전국 100개의 학교 전교 1등 학생의 경우 주당 가족식사 횟수 6회 이상이 73%로 조사됐다. 옛말에 '아침은 임금처럼, 점심은 머슴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걸인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밥 먹기와 밥상머리교육을 위해 충남교육청에서는 8시30분으로 늦춘 행복등교시간과 희망자 중심 야간자율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의 인식전환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연수와 캠페인도 필요하다.

동아리활동과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해 학생 스스로 간단한 식사는 해결할 수 있도록 실습 중심의 맛있는 수업도 전개하고 있다.

먹는 것이 공부보다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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