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환 청주기상지청장

11월 26일 겨울을 알리는 신호탄인 첫 눈이 청주를 비롯한 충북 대부분 지역에서 관측됐다.

첫 눈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다. 그러나 기상청을 비롯한 자연재난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은 마냥 감상적일 수만은 없다. 첫눈과 함께 이들 기관은 겨울철 대설과 한파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조이게 된다.

겨울을 대표하는 위험기상요소인 대설과 한파는 빙판길을 만들어 미끄러짐 사고를 유발하고, 시설물을 파손하며, 저체온증 및 뇌혈관 질환 등 인명피해를 일으킨다. 실제, 지난 1월 제주도에 대설과 한파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비행기 296편이 결항되고 122편이 지연돼 사흘 간 국내외 관광객 약 9만여명의 발이 묶여 큰 고생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겨울철 한파와 대설은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원한 찬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발생한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서쪽에 고기압, 동쪽에 저기압이 위치하는 전형적인 서고동저형의 겨울철 기압배치 때문이다. 동시에 서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통과하면서 많은 눈을 뿌리기도 한다.

충북지역은 서해안이나 동해안 지역에 비해 연간 대설일수는 많지 않으나, 빈도수에 비해 피해 금액은 높은 편이다. 올 겨울에도 세계적인 지구온난화와 함께 라니냐가 발생하는 등 기후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추위를 몰고 오는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평년보다 다소 강해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선 대설과 한파에 대한 기상특보를 발표한다. 대설은 24시간 신적설이 5㎝ 이상 예상될 경우 주의보, 24시간 신적설이 20㎝이상 예상될 경우(산지는 24시간 신적설이 30㎝이상 예상될 때) 경보를 발표한다.

한파특보(주의보/경보)는 10월~ 다음해 4월 동안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1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발표된다.

대설특보가 발표되면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많은 눈이 쌓이는 산지·농촌 지역에선 자주 눈을 치워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내 집, 내 점포 앞, 우리 동네길은 스스로 치우는 선진화된 실천의식이 필요하다.

한파특보가 발표되면 노약자나 어린이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손가락, 발가락, 코 끝 등 신체의 감각이 없어지거나 창백해지면 저체온증을 의심하고 즉각 병원을 방문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급작스런 기온 하강 시 심장 및 혈관계통, 호흡기, 신경 계통 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유아·노인·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난방에 유의해야 한다.

겨울철 대설과 한파, 이러한 위험기상들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어도 이를 사전에 알고 대비한다면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방재관련기관에서는 늘 준비된 자세로 재난대비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은 이러한 위험기상에 대비해 미리 관심을 갖고 기상정보, 재난정보 등에 주의를 기울여 재난 대응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수반되면 보다 안전하고 추억이 깃든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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