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왕철·충남본부 서천담당

순풍에 돛 단 듯 술술 잘 풀리는 줄만 알았던 서천군의 원광대병원 부속병원 유치 사업이 느닷없이 좌초하고 말았다.

지난 3월 서천군과 원광대병원이 서천지역 응급의료서비스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을 때만해도 지역민은 '드디어 서천에도 응급실이 생긴다'는 소박한 기대감에 부풀어 사업 추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지만 결국 서천군은 또 다시 허탈한 소식을 전하고 말았다. 그것도 전격적으로 말이다.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주민들은 이 어리둥절한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최종 협상 결렬의 원인은 건축비 40억 원이다. 당초 토지 무상제공과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재정지원(정부)을 약속받은 원광대병원은 병원 건축비까지 서천군이 부담해주길 기대했지만 서천군이 '그것까진 어렵다'며 선을 긋자 병원 측 역시 발을 뺐다. 계약이야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아니라 협상 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건 큰 문제다.

특히 지자체의 공무원이라면 그 책임감은 더 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구상단계부터 군이 '을'의 입장에서 줄곧 끌려 다녔다는 점이다. 물론 적자가 불 보듯 뻔한 사업에 민간 기업이 투자할 리 만무하니 유치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면 군은 협상능력을 키웠어야 했다. 전략적으로 대응해 결과물을 얻어올 수 있는 그런 실력자를 협상 책임자의 자리에 앉혔어야 했다.

그러나 협상은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 어렵사리 잡은 기회치곤 허무하기까지 하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해선 소통과 결단의 부재도 엿보인다. 건축비 부담 문제에서 막혔으면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대안을 찾고 어떻게든 목표에 도달할 기회들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군 협상 담당자는 협상이 아니라 병원과 대결을 펼친 꼴이 됐다.

옆에서 지켜보던 주민들은 답답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군민의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 그깟 40억 이 대수여'라는 어느 한 지역민의 분통이 가슴 깊숙이 다가온다. '재정이 안 되면 십시일반 모금을 했어도 됐을 일'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이런 속 터지는 일이 아니라도 요즘 서천군은 신 청사 부지 선정문제 등으로 어수선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데 군은 이 기본부터 무너진 상태다. 인사혁신이 무엇보다 시급한 군정과제로 떠올랐는데 최근 서천군의회에 제출된 '서천군 행정기구와 정원 운영 조례 개정안'이 관심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안은 군의 부서장 직급을 조정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보자는 취지다. 인사와 관련되다보니 벌써부터 공무원 조직은 시끄럽다. 서열파괴·인사혁신의 당위성 이면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무능력하고 떳떳하지 못한 공무원에 의한 각종 폐해와 부작용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 조례 개정안이 모든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이를 출발점으로 군 인사·조직 혁신에 다가설 생산적인 대안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노박래 서천군수의 중심잡기와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노왕철·충남본부 서천담당 no85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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