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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3일 대전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앞~시 교육청 사거리 구간에서 열린 가운데 촛불을 든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 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3일 오후 5시 30분 어둠이 깔릴 무렵 그룹 소리여행의 담담한 노래가 갤러리아타임월드 앞 은하수네거리를 덮자 시민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부터 노동자, 종교인, 정당인, 일반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3차 대전 10만 시국대회’는 또다시 최대규모 기록을 경신하며 대전 도심을 촛불로 가득 수놓았다.

어린 자녀의 손을 꼭 잡고 참여한 가족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나이도 성별도 공통분모는 없었지만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민주주의 수호호자”는 외침은 같았다.

이들은 촛불과 팻말을 든 채 장관을 연출하는 촛불군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진행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자유발언을 위해 무대에 선 발언자들을 뜨겁게 응원하기도 했다.

한때 전화나 문자, 모바일 메신저가 불통일 정도로 집회장소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현장은 예상외로 질서정연했다.

진행을 돕는 대학생들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가 하면, 참여시민들은 키가 작은 어린이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다.

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세월호 유가족 문종책 씨는 “진실을 요구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으면 우리나라는 침몰하고 만다”면서 “지금 들고 있는 촛불이 우리의 목숨이기에 끝까지 사수해 달라”고 호소했다. 

본대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마당극패 ‘우금치’가 무대에 올라 해학과 풍자 가득한 공연을 선보이자 참여시민들은 함께 웃으며 환호했다.

대전 서구 김명진(46) 씨는 “뉴스를 보면서 쌓여왔던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나왔다”면서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됐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는데 이곳에 나온 시민들을 보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문영선(31·여) 씨는 “점점 늘어가는 시민들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진다”면서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있었노라고 뱃속의 자녀에게 떳떳하게 말하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본대회 종료 직후인 오후 7시부터 교육청네거리를 출발해 타임월드 앞 집회장소로 돌아오는 시국행진을 이어갔다. 다소 과격한 구호를 외치면서도 경찰통제라인은 절대 벗어나지 않은 채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날 공식적으로 시국대회가 종료된 9시30분, 귀가를 위해 무리지어 모인 어린 학생들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를 뿌듯함이 묻어났다. 학생들에게 참여이유를 묻자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또렷하게 대답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니까요”

한편 이날 3차 시국대회에는 박근혜퇴진대전운동본부 추산 5만명(경찰 추산 7400명)이 모였다. 이에 앞서 오후 3시에는 충청권 대학생 시국회의가 열렸다.

경찰은 3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이날 오후 1시부터 집회장소 인근 도로를 통제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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