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정치경제부장

대한민국을 바꿔놓은 '두 사람'이 있다. 최순실게이트로 구태정치 청산의 계기를 만든 박근혜 대통령과 관습·관례로 치부하며 당연 시되던 잘못된 문화를 '법'으로 바꿔놓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다.

두 사람은 ‘극명’하게 대비되지만 모두 대한민국의 잘못된 행태들을 바꾼 역사적 인물들이 됐다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40여년 지속된 잘못된 인연으로 인해 '탄핵' 위기까지 몰렸다. 그 시작은 최태민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이어진 잘못된 만남은 결국 그의 딸인 '최순실'에 의해 정점에 이른다.

최순실은 비선 실세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최순실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대통령의 연설문을 마음대로 고치고, 장관·수석 인사에도 개입했다. 차은택이라는 인물을 통해 문화계를 쥐락펴락했고, 경제계로부터 미르재단·K재단 설립 명목으로 ‘돈’을 뜯었다.

대통령은 그 뒤에서 때로는 지시로, 때로는 암묵적으로 그의 행위를 도왔다. 비서실장은 물론, 친박 국회의원들조차도 그의 위세에 눌려 존재 자체를 모른 척 했을 정도다. 대한민국의 권력서열 1위가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은 결국 ‘팩트’(사실)가 됐다.

검찰은 최순실, 차은택 등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대통령의 ‘공범’ 혐의를 적시했다.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소추되지 않지만 하야나 임기를 마칠 경우 기소될 운명에 처해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이 ‘임기단축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3차 대국민담화를 했지만 그 진정성을 믿는 국민은 많지않다. 야당과 여당 비박계의원들은 탄핵의결 정족수도 확보했다. 탄핵이 진행될 지, 아니면 여야가 합의해 대선일정을 조율할 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는 지난 독재 시절 권력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국민은 그동안 미화되고 가려진 대통령의 딸이라는 미사여구에 속아왔다. 결국 40여년이 지나서야 박정희 대통령의 그림자들을 지우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가 우리의 잘못된 정치행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면 김영란법은 잘못된 관습과 관행들을 바꾼 동기가 됐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모두가 공정하게, 공평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관행으로 치부한 채 접대·상납·선물 등에 관대했다. 소위 힘있는 공무원들에게 식사대접은 물론이고, 명절이면 으레 선물을 제공했다. 관행이란 미명하에 접대 술자리는 계속됐고 소위 '빽'을 동원한 특혜는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세상이 달라졌다. 각자 밥값을 계산하기 시작했고 접대나 회식도 크게 줄어들었다. 갑-을 관계가 사라졌다. 접대를 목적으로 했던 고급 식당들은 가격을 내리거나 업종전환을 모색하고 있고 오히려 서민 음식인 칼국수집들은 호황이다. 장례식장을 가득채웠던 ‘조화’가 사라진 것은 김영란 법이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잘못된 정치문화의 청산 계기를 만든 대통령과 김영란법으로 바뀌어가는 잘못된 관행·관습. 후대는 이들 두 사람을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인물들로 분명히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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