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형 ETRI 미디어주파수공유·응용연구실 연구원
[시선]

우리가 가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전제품은 아마 TV일 것이다. TV는 흑백 TV로 시작해 브라운관 컬러 TV, LCD TV, LED TV로 계속된 발전을 거듭하며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다. 모습은 변했지만 오랜 시간 가정의 거실에서 가장 친숙한 가전제품으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친밀하게 녹아들어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거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TV가 다시 한번 새로운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지상파 UHD TV(Ultra High Definition Television)시대다.

현재의 지상파방송은 HD(High Definition)급 화질의 방송콘텐츠를 송출하고 있어 우리가 보는 TV 방송콘텐츠는 HD 영상이다. 즉, 현재는 내가 UHD TV를 샀어도 몇몇 유료콘텐츠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HD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쪽짜리 UHD TV 시대를 뒤로하고 이제는 진정한 UHD TV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HD 영상의 4배 해상도를 가지는 4K UHD 영상을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시대, UHD TV로 초고화질 영상을 시청하는 세상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미국의 차세대 지상파방송 표준인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 Committee) 3.0 기반 4K UHD 전송방식을 국내표준으로 선정했다. 내년 2월이 되면 수도권 4K UHD 본방송이 도입된다. 이를 시작으로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 가정에서 손쉽게 4K UHD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UHD TV를 산 시청자들이 이에 맞는 콘텐츠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초고화질 영상을 감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곧 다가올 지상파 UHD TV시대의 시작은 시청자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성공적인 UHD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는 나와 같이 밤낮없이 연구소의 불을 밝히며 연구 개발에 매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구원에게 가장 큰 기쁨은 자신이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이 실제 상용화돼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의 분신과도 같은 기술을 우리의 자녀, 이웃, 친구들이 즐기며 누린다면 이보다 기쁜 일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 시작될 4K UHD 지상파방송의 성공적인 시작과 정착은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에서 개최되는 국제 표준화 회의장을 수없이 오가며 우리의 우수한 기술들이 국제표준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또 4K UHD 방송용 실험 시제품을 제작해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며 그들이 우리를 보며 부러워하던 시선도 잊을 수 없다. 또 다제표준기술의 검증을 위해 미국과 제주도에서 정합(整合)시험, 즉 초고화질 방송 서비스를 위해 송ㆍ수신기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을 서로 맞물려 송신기에서 보낸 신호가 수신기에서 정상적으로 수신되는지를 시험하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지상파 4K UHD 본 방송 시대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지금, 많은 사람이 고품질 4K UHD 영상을 가정에서 손쉽게 즐기는 행복한 상상이 곧 현실이 될 것임을 알기에 오늘도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소의 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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