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대전시 도시주택국장
[시선]

사람의 인상을 통해 삶의 흔적을 알 수 있듯, 도시 경관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도시 경관은 자연과 더불어 시민들이 살아온 흔적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도시의 매력을 전달하고 경쟁력을 갖도록 한다.

도시경관은 그저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시대에 맞는 창의적 디자인으로 지역특성과 다양성에 부합되도록 공간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반돼야 하는 과정이 바로 ‘시민참여’이다.

대전의 지역특성을 살펴보면 한반도 중심에 위치해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갑천과 중심부를 흐르며 갑천과 만나는 유등천 대전천을 중심으로 펼쳐진 평야를 둘레산이 감싸 안고 있다. 청담(淸潭) 이중환(李重煥) 선생이 택리지에 ‘영원히 대를 이어 살 만한 곳이다’라며 감탄했다 하니 얼마나 풍요롭고 매력적인 삶터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빠르게 확산된 무계획적인 도시 개발은 도시 경관을 획일화, 단순화시켜 대전만의 지역 특색과 다양성을 단절시켰다. 또 수요자인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둔산지구의 성냥갑 아파트와 같은 획일화된 경관이 조성됐다.

최근 지역 도시 경관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2007년 5월 경관법을 제정해 특색 있는 경관 보전·관리·형성에 다양한 시민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대전시도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라는 시정방향에 맞춰 대전만의 경관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시민 참여와 소통을 통한 다양한 경관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도시 경관 정책으로 시민 경관조사를 토대로 ‘2025 대전광역시 경관계획’ 수립을 통해 대전의 경관 미래상 및 목표를 설정하고, 대전의 경관을 보전·형성·관리하기 위한 전략계획을 수립해 중·단기 경관정책에 직접 활용하고 있다. 둘째, 시민이 공감하는 도시경관정책 지속 추진을 위해 ‘도시디자인 기본계획’을 재정비해 대전의 장소성을 강조하는 도시디자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셋째, 시민이 안전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범죄예방 도시환경 디자인(CPTED)’ 시범사업의 시행·분석·평가를 통해 기본계획을 수립,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예정이다. 넷째, 세부 경관 사업은 상위 계획들을 토대로 적극적 시민참여 과정을 통해 추진해 나가고 있다. 주요 추진 사업으로는 대전 최초 주민 경관 협정 사업인 ‘신탄진 마중물 경관사업’, 주민 협의와 참여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대덕구 평촌동 ‘청자마을·태양마을 담장미관 개선사업’, 대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공공서비스 지역대학 연계협력 사업’ 등이 있다. 다섯째, 시민의 경관의식 확산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도시경관 포럼’을 연 2회 개최해 대전의 주요 경관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회과자신(悔過自新)’ 곧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미래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처럼 과거 공급자 위주의 도시경관 조성 폐단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반성하고 ‘시민이 주인’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대전은 ‘풍요롭고 매력적인 삶터’로서의 도시 이미지를 지속하기 위해 선도적인 도시 경관 정책과 사업을 확대하고, 시민과 함께하고 시민이 품격있는 도시경관을 향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대전다운 도시 경관의 발전은 대전시의 글로컬(glocal) 도시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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