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동초병설유치원 원아모집, 5세반 27명 정원 46명 지원
군인·외국인아버지 등 눈길, 대기번호 순서에서도 ‘희비’

▲ 아들의 유치원 입학을 위해 온 압둘라우마카림캄 씨가 긴장된 모습으로 추첨함 속에 손을 넣고 있다. 홍서윤 기자
24일 오후 3시 내년도 개원을 앞둔 대전죽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 5세 반 원아모집 추첨이 진행된 노은누리유치원 2층 열매반 교실은 찾아온 겨울이 달아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온 가족이 총출동한 탓에 준비해 놓은 의자가 부족해 미리 깔아놓은 매트에 앉아야 할 정도였다.

이날 만큼은 외출을 달고 온 군인 아버지부터 카이스트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아버지 등 아버지들도 자녀의 유치원 입학을 위해 손을 걷어붙였다. 추첨 전에는 처음 온 유치원이 다소 어색한 듯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접수표가 구겨질 정도로 손에 꼭 쥐고 있다가 추첨이 시작되자 어느 어머니 못지않은 열성적인 모습으로 자녀의 유치원 입학을 기원했다.

추첨 현장에 모인 학부모는 46명, 준비된 유치원 합격증은 단 27장으로 둘 중 한 명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확률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추첨은 시작됐고 희비가 갈리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시작되자마자 연속으로 5명의 학부모가 추첨함에서 합격을 의미하는 ‘합’자가 써진 탁구공을 뽑았고, 이내 줄줄이 대기번호가 적힌 탁구공이 나왔다.

행운의 탁구공을 거머쥔 정미숙(37·여) 씨는 “내 인생에서 ‘합’자를 보는 순간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이사를 서둘러야겠다”고 말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압둘라우마카림캄(28·파키스탄)씨는 “되게 많은 유치원에 지원했는데 오늘도 또 떨어졌다”며 “한국에서 아이 유치원 보내기 참 힘든 것 같다”며 한숨을 지었다.

탈락한 학부모들 속에서도 대기번호의 순서에 따라 얼굴에 드러나는 아쉬움의 차이가 달랐다.

매년 합격 후에도 입학을 포기하는 학부모가 2~3명 나와 이른 대기번호를 뽑은 학부모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뒷번호인 학부모들은 미련을 남기지 않고 서둘러 문밖으로 나갔다.

유치원 입학에 학부모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추첨을 준비하는 유치원의 긴장감도 학부모 못지않았다.

노은누리유치원 박영례 원장은 “공 하나에 따라 학부모들의 희비가 엇갈리니까 별다른 축하도 못 해주고 선생님들은 그저 표정 관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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