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청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 소장
[시론]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2014년 기준 7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인력을 수용할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적인 반면, 대학 졸업생들은 월급이 적은 일자리 보다는 월급이 많고 복지가 좋은 대기업, 공공기관 등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이 점이 이른바 산업현장의 인력 미스매치와 청년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청년 고용시장의 현실이다. 학력이 중시되는 사회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학력'이 '능력'보다 더 중요시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현장에서 느끼는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중소기업에서는 일 할 사람이 없다고 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부조화에는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복리후생·직종·통근거리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미스매치에 대해 사업주들이 자주 언급하는 내용 중 하나는 기술 수준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을 졸업한 근로자를 새로 채용해도 기업에서 필요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채용을 하고도 상당시간 다시 훈련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현장에서 점차 주목받는 제도가 독일·스위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제식 훈련제도’이며 이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설계한 제도가 바로 일·학습병행제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 현장에서 현장 교사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현장 훈련교재에 따라 교육을 실시하고, 동시에 공동훈련센터 등에서 이론교육을 한 후 산업계의 평가를 통해 학습근로자에게 자격 또는 학위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기업현장교사가 직접 기업이 필요로 하는 훈련을 실시할 수 있으며, 재직자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훈련 기간동안 기업은 훈련시설, 훈련교사, 훈련으로 인한 근로시간 손실 등의 일정 부분을 훈련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회사에 필요한 직무를 현장에서 선배 근로자가 직접 훈련을 시키기 때문에 맞춤형 훈련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학습근로자는 회사의 근로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근로자 신분으로 회사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면서 자격취득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스펙보다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산업현장에서 점차 확산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채용단계에서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하는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채용관행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지 3년째를 맞고 있다. 일터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일·학습병행제가 스펙보다는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나아가는데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