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관세청 차장
[화요글밭]

1970년은 한국 경제사에 의미 있는 해로 기록된다.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해 아우토반을 보고 실행에 옮겼던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찬반이 분분했다. 고속도로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한국에서 반대여론이 일어난 것은 당연했다. 1인당 GNP 142달러인 나라에서 고속도로가 왜 필요하냐는 주장도 등장했다. 그해 7월 개통된 총연장 428㎞의 경부고속도로는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어놨고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를 열게 했다. 무엇보다 큰 효과는 수출입 물동량의 원활한 운송으로 인한 경제성장이었다.

45년이 지난 작년 12월 20일에는 또 하나의 수출고속도로인 한-중 FTA가 발효됐다. FTA는 양 국가 간 관세특혜를 부여함으로써 수출물품이 수입국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지도록 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 교역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다. FTA 체결에 따라 우리 제조업은 관세감면 등의 효과로 연간 4억 3000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중 FTA의 과실을 우리기업이 마음껏 향유하는 길에는 하나의 중요한 걸림돌이 놓여 있다. 그것은 바로 한-중 FTA가 양국 간의 상이한 통관시스템으로 인해 물류비용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관세특혜가 부여되는 모든 수입에 대해 물품을 통관하기 전에 서류심사를 시행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선(先)통관 후(後)심사'를 원칙으로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반면, 중국은 보다 엄격한 심사를 위해 '선(先)심사 후(後)통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서류심사에서 특혜세율을 적용받기 위한 필수서류인 원산지증명서의 원본을 요구한다. 이러한 중국의 통관제도로 인해 우리의 수출화물은 근거리에 있는 중국 항구에 이미 도착했지만, 한국에서 발행된 원산지증명서 원본은 항공운송과 육상운송을 두 번 거쳐야하는 이유로 미처 중국 수입항에 도착하지 않아 물류가 지체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원산지증명서 확인에서 비롯되는 이러한 물류지체를 해결하기 위해 한-중 양국은 FTA 협정에 전자적 원산지 정보 교환 시스템(EODES·Electronic Origin Data Exchange System)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금년 연말 개통을 목표로 현재 양국 관세당국간 시범운영하고 있다. 한-중 FTA 하에서 우리나라는 세관과 상공회의소가, 중국은 질검총국과 무역촉진위원회가 각각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한다.

이렇게 발급된 원산지증명서는 양국의 세관으로 집중되고, 양국 세관은 입수된 원산지증명서 정보를 EODES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수입 신고 시 원산지증명서 제출을 생략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EODES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우선 물류비용이 절감된다. 화물도착 즉시 FTA세율을 적용한 수입신고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원산지 심사가 간소화된다. EODES로 상호 교환된 정보는 공신력 있는 양국 세관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증명서 내용 확인 생략 등으로 심사가 보다 간편해진다. 아울러 원산지 검증 부담도 줄어들게된다. 현재 중국측 원산지 검증이 대부분 원산지 증명서의 형식적 오류를 확인하고 있어 전자적으로 자료가 교환되면 검증요청이 줄고 그만큼 우리 수출기업의 검증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이제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FTA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고속도로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제1의 교역상대국인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미래 동력이다. 앞으로 EODES가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대중 수출 경쟁력의 고속도로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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