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대전YWCA 회장
[아침마당]

기본소득은 정말 간단한 개념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일하든 공부하든, 남자든 여자든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의 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편성(남여, 부자와 가난한 자 구분 없이 지급), 개별성(개인별 지급), 무조건성(노동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지급)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기본소득이라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무조건 월 2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기본소득 개념의 노령연금 공약을 걸었으나, 당선된 다음에는 말을 바꿔 조건에 맞는 노인들에게만 지급하는 조건부지급노령연금으로 변경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기본소득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되면 놀고먹는 무위도식자(비경제활동 인구)만 양산시킬 것이라고 걱정을 한다.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그런데 노인과 아동, 전업주부, 학생, 취업준비생, 고시준비생 등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 그들은 무위도식자라고 할 수 있는가? 그들에게 기본소득은 계속 놀기만 하는 것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모두 현재 혹은 미래를 위해 일하거나 일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개미이지 베짱이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무위도식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선 노숙자를 들 수 있다. 이들은 희망이나 꿈이 없이 하루하루를 괴롭게 살아간다. 그런데 이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본소득을 지원해 희망을 갖게 한다면 그들에게도 삶의 의욕을 찾을 수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그 다음은 재벌의 자녀처럼 놀고먹어도 좋은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들을 무위도식자로 만들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65세 이상이 되면 우리나라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지만 재벌 2세가 그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노는 베짱이가 되기보다는 경영권을 물려받아 동네 가게까지 죽이려고 하는 못된 개미가 되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마지막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이 선별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을 하면 선별복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놀아야 한다. 이처럼 선별복지 제도는 일을 하고 싶어도 사회제도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기본소득제에서는 선별복지제도와 무관하게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때문에, 그들이 오히려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큰 장점 중 하나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기본소득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있었고, 네덜란드와 핀란드에서는 기본소득 실험을 기획하고 있으며, 한국의 성남시에서는 청년배당이 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알라스카는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실현된다면 여성, 남성 차별 없이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빈곤선(poverty-line)의 경계에 걸친 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기본소득은 차별을 거부하고 진정한 평등을 요구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곳곳에 숨어있는 남성중심, 차별개념을 넘어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기본소득이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개념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많은 혜택을 입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나 국민연금제도가 옛날에는 꿈같은 이야기였지 않은가! 우리는 계속 우리의 꿈인 기본적인 삶과 성평등을 실질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기본소득제도가 실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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