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교·충남본부 서산담당 antisofa@cctoday.co.kr

16일 서산시 대산읍 대호간척지.

가을걷이가 끝난 농경지에 난데없이 굴삭기 한 대가 들어가 바닥을 헤집었다. 몇 차례 큰 손을 놀린 굴삭기는 그 손만큼의 큰 구덩이를 만들었다.

구덩이는 어른 손으로 두 뼘정도 내려간 뒤 또렷하게 다른 색을 띄었다.

이곳은 ‘운산지구 배수개선사업’과 관련 바로 옆 하천을 준설하면서 나온 흙으로 복토가 이뤄진 논이다.

줄잡아 색깔의 층이 갈리는 지점은 40전 안팎이다. 그러나 이 공사의 감리를 맡은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는 자신들이 측량한 근거를 바탕으로 준설토로 복토가 이뤄지지 않은 곳으로 지목한 곳이다. 또 다른 농경지도 같은 방법으로 파본 결과 마찬가지로 40전 안팎의 복토가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감리는 이 농경지에서 시공사가 흙을 반출해 제방의 둑을 쌓은 것으로 파악, 마이너스 높이를 적용하고 있었다.

본 기자가 현장 2곳에서 확인한 바로는 감리의 측량이 이렇게 엉터리다.

공기업의 공신력은 온데 간데 없다.

감리는 모두 8곳을 지목했으나 3곳까지만 확인한 뒤 굴삭기와 인건비 등 수십만 원은 사업자에게 떠넘기고 철수 했다. 감리의 횡포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시공사인 해진산업 관계자는 본 기자에게 감리가 현장소장에게 그만 둘 것을 종용하거나 물량을 속일 경우 사법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녹취한 것을 보여줬다.

다소 충격적이다. 감리인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는 서산시와 감리비 2억 9000여만 원에 계약 했다. 그러나 해진산업과 서산시는 현재 공사대금 지급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잘잘못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이 지경까지 도대체 감리는 무엇을 했느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전후를 보고 있자니 뒷수습을 위한 감리의 갑질이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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