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충북본사 사회교육부장
[데스크칼럼]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결손가정뿐만 아니라 멀쩡한 가정에서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아동학대가 자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부모가 제 자식을 학대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소유물 정도로 여기거나, 자녀 교육은 때려서라도 해야 한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지닌 부모들이 많다는 얘기다.

아동학대는 한부모 가정 아이, 장애를 가진 아이, 성적 지상주의 가정의 아이, 새 아버지·어머니를 둔 경우가 특히 취약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에서의 아동학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으로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약발’은 그때뿐이다.

매 맞는 아이들은 여전히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임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집계한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는 1만 1709건으로 2014년 1만 27건보다 16.8%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는 14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피해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 현재 아동학대 및 아동학대 의심 발생 학생 수는 초등학생 34명, 중학생 35명, 고교생 10명, 특수학생 4명 등 83명이나 됐다. 이는 지난해 아동학대(25명)보다 무려 3.3배 늘어난 것이다.

‘인천 맨발소녀’,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유기 사건’, ‘부천 중학생 딸 학대·시신 방치 사건’, ‘평택 원영이 사건’, ‘청주 4세 의붓딸 암매장 사건’ 등 끔찍했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여파로 아동 학대 신고가 부쩍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충북에서도 애처롭고, 울분이 치미는 아동학대가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양육하는 어머니 A 씨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회초리로 손등을 때렸다. 이 아이들은 아동보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중학생 아들이 어머니가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참담한 사고도 발생했다. 외삼촌 댁에 맡겼던 아이가 동거남과 사는 집에 찾아왔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자식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었다.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찾아갔겠는가.

일련의 아동 학대를 보면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반인륜적 행위’다. 부모 노릇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불량 엄마, 불량 아빠들이 자녀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와 훈육의 경계선이 모호하지만 훈육도 지나치면 아동학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는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집안 등 은밀한 공간에서, 아주 오랜 기간 행해진다. 때문에 주위의 관심을 통한 적극적인 신고 정신이 아동학대 예방의 상책이다.

핵가족화 시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아동학대는 앞으로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다. 강조하건데, 아동학대의 예방은 ‘이웃의 관심과 고발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더 이상 방어능력이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제할 수 있는 실효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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