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엑스포서 첫선… 1995년 경부고속도로서 주행도 성공
법규제·상용화 한계로 외면… 관련기술 사장·후발주자로 밀려

슬라이드뉴스4.jpg
▲ ⓒ연합뉴스
국내에서 개발된 무인자동차가 24년전 주행에 성공했으나 무관심 속에 기술이 사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성공을 계기로 무인차 산업이 태동할 수 있었으나 법 규제라는 걸림돌과 시장성이 없다는 기업들의 판단 속에 연구는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의 무인자동차는 1992년 한민홍 고려대 박사(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빙연구원)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당시 한 교수는 1993년 대전엑스포를 통해 무인자동차를 대중에 첫선을 보였고, 1995년 경부고속도로 주행에 성공했다.

이후 개량을 거듭해 2007년 경차인 마티즈를 개조한 무인차 ‘로비’를 개발해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도로를 주행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관련 법 규제와 당장 상용화 될 수 없다는 기업들의 판단 아래 무인자동차 기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결국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무인자동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민홍 박사는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당시 개발한 무인자동차가 기술 한계로 도심 내 주행은 복잡한 도로환경에 운행에 어려웠지만,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에서 수많은 주행에 성공했었다”며 “테슬라와 구글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에서 무인차에 대한 개발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한국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박사의 개발 이후 200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무인자동차 연구·개발에 들어갔으나 골프 카트 수준의 낮은 단계의 기술 개발에 그쳤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5년 전인 2011년부터 ETRI에서 재개됐고, 현재 소렌토와 스포티지 등 차량을 개조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제 연구가 중단될지 모르는 상황.

연구·개발 과제 기간이 1개당 3~4년 수준에 그치고 있어 긴 호흡이 필요한 원천기술, 기반기술 개발은 어려운 상황이다.

손주찬 ETRI 스마트모빌리티연구부장은 “무인자동차의 시조 격인 한 박사는 차간거리 유지나, 카메라를 이용한 차선 검출, 주행 등 당시 기술로 쉽지 않은 영역을 개척했다”며 “현재 외국은 이미 자율주행 차량이 학습하고 데이터를 쌓아가며 변수를 줄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지만, 한국은 장기비전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