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달 초 일주일 만에 단식을 끝내자, ‘역대 최강 정치 코미디’였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가 단식에 들어간 이유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그러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국회통과를 놓고 여당 대표가 단식한다는 이유는 뭔가 엉뚱한 구석이 적지 않았다.

그런 그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각계의 사퇴 요구를 한 달 가까이 거부하고 있다.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대통령을 도울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이유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망발이다. 지금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식물 대통령으로 비판받느니 차라리 국민의 요청대로 하야하라며, 이럴 때 단식했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순실은 독일에서 도피 중 “심장병과 신경쇠약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다”며 귀국을 미뤘었다. 자신 때문에 국민 모두가 심장병과 신경쇠약에 걸린 마당에 제 몸 핑계를 대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들끓었다. 지금 가장 힘들고 신음하는 사람은 순실공화국의 굿판에 놀아난 국민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인가.

대통령을 도울 시간이 필요해 대표직을 좀 더 하겠다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나 국민을 공황장애로 몰아넣고 악어의 눈물을 흘린 최순실이나 국민들이 볼 때 구리기는 매한가지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한결같은 외침은 “이게 나라냐?”는 한숨뿐이라는 사실을 왜 모른다는 말인가.

비선들의 국정농단을 방치해 오늘의 파탄을 낳게 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역시, 검찰에 불려가서도 팔짱을 낀 채 황제 소환 논란을 야기했다. 수석직에서 물러났는데도 그 정도니 현직 때는 그 위세가 어떠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정농단을 미리 감지하고 이를 처결하지 못한 민정수석으로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면서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거만함에 기가 찰뿐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에 명시된 주권이 특정인에 의해 농락당한 참담한 헌정 유린사태를 지켜보며, 더 이상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이구동성이다. 무엇보다 최순실과 그의 조카인 장시호 등 최태민 일가가 부정으로 일군 재산을 소급해 환수하는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정호성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종 차관, 문화대통령으로 군림하려 했던 차은택과 광고사 강탈 의혹을 받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국정 농단 주범과 공범, 방조범들이 응당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범죄로 획득한 재산을 모두 몰수해 국고로 귀속시켜야 한다.

대통령을 등에 없고 호가호위하며 기업에서 수백억 원의 ‘삥’을 뜯은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서도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학교운영을 좌지우지하며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시킨 의혹 등도 명쾌히 파헤쳐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해 민심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박근혜 대통령도 하루빨리 검찰 조사에 응하고, 국민 앞에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중생까지 거리로 나와 '최순실 게이트'의 엄정한 수사와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 최순실과 부역자들의 일탈에 화난 민심을 다독거릴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국민들의 탄식을 허투루 듣는다면 촛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며 헌정사상 가장 무능하고 가장 나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