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남지원장
[경제인칼럼]

농림축산식품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시작된 나의 객지 생활도 세월의 나이테를 더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근무하던 때는 의지와 상관없이 싸고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라면, 짜장면, 짬뽕 등 이른바 ‘혼밥’ 음식을 먹어왔다. 기관장이 되면서 대전에 근무하고 있는 지금은 직원들과 함께하는 회식자리가 잦아졌는데,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칼국수에 수육을 먹거나 국가대표 회식 메뉴인 삼겹살구이에 소주 몇 잔을 기울이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밥을 거의 먹지 않는 음식의 소비구조가 일반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지난해 1인 당 쌀 소비량은 62.9㎏으로 하루에 172g씩 밖에 먹지 않았다는 계산이다.

같은 기간 1인당 인스턴트라면 소비량은 74개로 세계 1위이며 1인당 육류소비량은 67㎏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식생활의 패턴이 이렇게 변하고 쌀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니 쌀 시장은 공급과잉 구조가 굳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24만톤의 쌀이 남아돌 것으로 전망된다. 바쁜 일상과 자본의 논리가 장악해버린 도시의 밥상에서는 밥(쌀)을 찾아 먹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삼시세끼를 패스트푸드로 때운다는 사실은 새삼 놀라울 것도 없고, 고기를 구워먹고 공깃(空器)밥을 시키면 그릇의 반이 정말 공기(空氣)로 채워져 나와도 아무도 밥이 적다고 따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고지방 다이어트라는 코미디 같은 살빼기 장사 기술이 세상을 웃기고 있으니, 단군 이래 부와 권위의 상징이던 쌀이 이래저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래 없는 쌀값의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신곡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한 연내 시장격리 △벼 매입자금 증액(2000억원)을 통한 벼 매입 적극 유도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쌀소득보전 직불제 등 ‘수확기 쌀 수급 안정 대책’ 대응 △기존 공공비축미곡 매입(36만t)과 해외 공여용 쌀 매입(3만t) △수확기 동안 밥쌀용 수입쌀 방출 감축 또는 중단 △해외원조, 사료용 쌀 공급 확대 △쌀 소비촉진 및 안정적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직불제 개편 등 기존에 추진하던 ‘쌀 안정 대책’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쌀 수급 균형 달성 및 적정 재고 보유를 통한 쌀 시장 안정을 위해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해 추진함으로써 일정부분 성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생산자들의 요구와 이해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생산자, 쌀 관련 기관,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도 오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쌀을 먹지 않는 현상이 이 난국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에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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