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폐기물 위험성 높아, 보안 명분으로 반입 감춰져
관련 정보 시민들 알수있어야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사용후핵연료를 반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미 보관 중인 3만 드럼에 달하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빠른 이전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성이 높은 고준위 폐기물이 주민 동의 없이 수십 차례 반입된 사실이 큰 충격이다. 지역사회를 비롯해 지자체,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고, 원자력연구원은 부랴부랴 반출 계획을 수립해 지역사회를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작되는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시민 불안감은 여전하다. 원자력연구원이 속해있는 유성구 허태정 청장으로부터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계획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지역 내 사용후핵연료 반입 논란에 대해 유성구청장으로서 입장은.

“무엇보다 사용후핵연료가 21차례 걸쳐 3.3t이 반입된 사실이 놀랍다. 이런 전개 과정이 주민들에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모르고 있던 사실을 알게돼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원래 원자력연구원 안에 중저준위 폐기물이 3만 드럼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에 새로 밝혀진 사실은 사용후핵연료 위험도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이 오랫동안 여러차례 반입된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구청장으로서도 즉각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관련된 정보공유나 대화 노력이 있었는지.

“원자력연구원 측에서는 자료를 공개했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그리고 관련 기관이 알 수 있게 공개를 해야지 그들만 알 수 있는 용어나 숫자로 표기하는 것이 어떻게 공개일 수 있겠는가. 전문 기술에 관한 관리업무는 국가사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어쨌든 시민의 안전대책에 관한 것은 지자체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안전대책 방법이라든지 이런 것은 정보가 공유될 때 가능한 문제라고 본다. 이번을 계기로 그런 문제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논의해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고 위험도가 매우 높은 방사선 폐기물 폐연료봉 같은 경우 사후적으로도 반드시 주민들에게 공개하게 해야 한다. 또 처리 계획까지 명시해서 시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행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논란이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 대한 생각은.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것은 새로운 단계의 연구 과제인데, 안전성에 관한 문제들은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다. 경제성, 안전성의 문제 이런 이유로 해서 핵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 다른 국가에서도 일부는 중도에 포기하거나 매우 신중하게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과제를 실행하기 전에 이것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안전성이 입증 될 때에만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불안해 하고 있는 시민과 구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자력이라는 것은 사실상 적은 비용으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데에서 시작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화석연료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원자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면 단순히 생산비용이 저렴하다고 해서 '원자력이 꼭 좋은 것이냐'를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더 나아가서 사회적 갈등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놓고 보면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원자력의 문제를 좀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그 동안에 원자력연구원은 관련된 기술력 향상에 크게 기여해왔다. 이번 사태를 통해 원자력에 대한 단순한 불안감이 아니라 시민들이 좀 더 안전한 사회, 안전한 도시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같이 해나가길 바란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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