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영 우송대학교 국제교류원장
[수요광장]

집안에 아이가 태어나면 인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람처럼 어여쁜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집안에 웃음꽃도 덩달아 피어난다. 그렇게 사랑받던 아이도 자라면서 어른들의 이런저런 간섭을 받기 시작한다. 어른들이 보기에 젊은 세대는 미숙하고 눈에 차지 않으며 늘 훈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오죽하면 기원전 2500년경 이집트 상형문자에도 '요즘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고 쓰여 있을까.

물론 잔소리와 훈계는 부모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라고 어른들이 하는 독려이다. 필자세대는 근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생은 했지만 급속한 경제발달로 어느 정도의 풍요도 누리고 산다. 어렵게 얻은 풍족함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다음세대는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N포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의 현재가 위태롭게 보이기 때문에 더 다그치고 있는 것을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라는 말은 그래서 더 큰 돌덩이로 가슴에 얹혀져있다.

1452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발명함으로 인해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서양문명화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가히 정보혁명이라 부를 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세계최초 금속활자 인쇄 성공은 고려였다. 최초 인쇄물은 1377년 '직지심체요절'로 보고 있지만 그 이전에 금속활자 사용 증거가 남아있어 구텐베르크보다 대략 200여년이나 앞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당시는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이기 때문에 고려 인쇄술의 파급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정보혁명을 이끌어가는 세계 최강의 IT산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쉽고 과학적인 한글과 똑똑한 젊은이들이 있는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년대는 섬유산업이, 70년대는 중화학산업이, 80년대는 전자산업이 그리고 90년대는 게임 산업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왔다. 그 바탕에는 창의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젊은이들의 힘이 있었다. 젊은이들이 이끈 성장의 원동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영광이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2015년 ‘글로벌 5개국 20대의 가치관 비교’라는 보고서를 보면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라는 설문에서 한국 젊은이의 4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과반수 이상이 열심히 일해 봤자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희망조차 품고 있지 않는다는 건 몹시 씁쓸한 일이다. 젊은이란 모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고 있으며, 무엇을 하든 다 잘 될 거라는 꿈을 마음껏 꿀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세대가 아닌가. 언제부턴가 '열심히 살아도 제몫 찾아먹기 힘든 세상이다. 헝그리정신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식의 패배감이 안개처럼 넓게 퍼져있는데, 이는 걱정 많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건 아니었을까.

젊은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참으로 감탄이 날 때가 있다. 저런 용기는 어떻게 났을까, 저런 생각은 어떻게 해냈을까. 그럼에도 칭찬은 참으로 인색했던 것 같다. 이제 기성세대가 용기를 내 그들에게 희망을 주면 어떨까. 젊은 너희가, 도전하는 너희가 꽃보다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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