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옥계동 ‘소풍’
호텔요리 맡던 이승환 셰프
조미료 하나까지 직접 제작
가격부담 없어 외식에 제격

매일 먹는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물린다. 어느 날은 왼손엔 포크, 오른손에는 나이프를 들고 우아한 식사를 즐기고 싶다. 하지만 격식과 의복을 차려가며 하얀 테이블보가 놓인 식탁에 앉기가 억지 춘향처럼 거북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언가 홀린 것처럼 찾다 보니 한적한 주택가 속 양식당 하나가 숨어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식당, ‘소풍’을 찾아 일탈을 꾀해봤다. 대전 중구 옥계동에 위치한 소풍은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주변을 곁눈질하며 식사가 나올 때마다 어떤 포크를 써야하고, 잔은 무엇을 사용할지 안절부절 걱정할 필요 없다. 식사에 앞서 느긋하게 훑어보니 세심한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에 얹힌 방울토마토가 시큼한 맛을 낸다. 일반적인 가게라면 반으로 쪼개 생으로 나왔겠지만, 이 집은 방울토마토를 하나하나 껍질을 까고 식초에 절여 식탁에 냈다. 샐러드의 호두는 볶은 향이 나고, 포카치아 빵도 가게에서 만든다. 주요리로 시킨 크림새우파스타와 스테이크도 범상치 않다. 크림은 기성품의 맛을 찾아볼 수 없고, 손수 까낸 새우는 덩어리 채 나온다. 맛은 스테이크에서 절정에 달한다. 수제 데리야끼소스와 소 육수, 홀그레인머스터드, 버터가 채끝살을 감싸며 독특한 향을 풍긴다.

비결이 궁금해 여쭤보니 주방장의 경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총주방장(Master Chef)인 이승환 요리사는 제주신라호텔과 명동퍼시픽호텔, CJ M.net Pub 총괄셰프를 거친 인물. 이 주방장은 “혀는 금방 안다. 되도록 직접 만들어야 한다”며 “구성은 단출해도 육수 4가지, 식초도 6가지 이상을 만들어 쓴다”고 말했다.

샐러드부터 파스타, 스테이크까지 2명이 배가 가득 차도록 시켜도 계산은 5만원 남짓. 양식의 높은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는 값이다. ‘얼큰함’에 빠져있는 일상을 탈출하고 싶다면 ‘소풍’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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