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정치경제부장
[데스크칼럼]

‘최순실 파문’이 온통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새로운 사안들이 터져 나온다.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의 사건으로 부를 만 하다.

문제는 일반인인 최순실에게 정부 문서들이 건네지고 연설문이 수정되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부터 시작됐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 만나 도움을 받은 관계라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의 처신은 분명히 달랐어야 했다. 선거기간이나 정당 대표 신분이었을 때와는 다르다. 대통령이 되면 공적인 비서시스템과 참모들에 의해 국정을 계획하고 운영해야 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도 이 같은 관계가 지속됐고 최순실은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했다.

혹자는 그런다. 대통령이 주변의 지인과 상의한 것이 뭐가 그렇게 큰 문제냐고.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민간인인 최순실에게 넘어간 문서에는 국가비밀도 담겨있었다. 또 대통령을 배경으로 각종 사업, 재단 설립과 기업 지원금 강제 모금, 딸 입학 부정 등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이쯤하면 '국정 농단'이 아니라 '국기문란' 행위다.

비선인 최순실에게 의존한 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는 다시한번 회자되고 있다. 문고리 3인방을 제외한 참모들이나 장관들의 대면보고도 없었다고 하니 오로지 국정은 최 씨와 협의했다는 웃을래야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대통령과 최 씨 집안이 처음 만난 상황부터 국민들은 이해하기 힘든다.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박근혜 영애에게 접근했던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은 ‘나를 통해 육 여사와 만날 수 있다’는 심령술사적인 주장을 했지만 결국 박근혜 영애는 최태민에 크게 의존하는 관계가 됐고 최태민의 사망 이후 후계자로 정해진 최순실과의 관계에 이르게 된다. 최태민은 ‘사교(邪敎·사회에 해를 끼치는 종교)’의 교주로도 이야기된다.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하고 연설문안까지 수정하게 했다면 이는 심각하다. 아무리 의존하는 관계라해도 이미 대통령이라는 공적인 신분이 된 이상은 관계설정을 다시해야 했다.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해 핵심 참모들이 ‘실질적 1인자’라는 최순실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은 결국 대통령이 만든 것이다. 아무 제지없이 청와대를 드나들고 심지어 잠까지 자는 상황으로 알려지다보니 최 씨의 위세가 가히 어찌했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않다.

박 대통령은 2일 총리를 비롯한 일부 개각을 단행했다. 거국내각, 책임총리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단행된 인사로 인해 오히려 정국은 더 꼬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라지만 야당조차도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3일에는 비서실장도 인선했다. 이 역시 김대중정부 시절 인물이다. 국정 추진력을 잃지 않겠다는 정치적 노림수지만 지지도가 한자리 수로 떨어진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적 탄핵’ 상태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최순실과의 관계를 일부 시인하기는 했지만 국민은 이제 더 이상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국민에게 고백하고 직접 검찰수사도 받겠다는 의지를 밝혀야한다. 초유의 국정마비 사태를 풀 해법은 결국 대통령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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