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관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목요세평]

찬바람이 불고 11월이 되면 각 가정에선 김장 준비로 바빠진다. 요새는 판매하는 김치 제품을 사먹는 가정도 늘었다지만 여전히 11월은 김장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갓 담근 새빨간 김치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쌈을 곁들일 생각에 아이들은 신이 나고, 어른들의 손은 바빠진다. 찬바람이 불지언정 김장철은 여전히 모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와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학자들에 따르면 김치가 가진 역사는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무려 3000년에 이른다고 한다. 고추가 들어온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야 맛깔스런 빨간 색의 김치가 가능했겠지만, 채소를 절인 음식으로서 김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셈이다. 오붓하게 모여 김치를 담그는 김장의 역사도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조선후기 헌종 9년(1843년) 때 지어졌다는 ‘농가월령가’가 김장의 증거자료로 인용되곤 한다. 그 긴 역사와 우리의 독특한 문화를 인정받아 유네스코는 2013년 12월 5일에 ‘김장’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에 이르렀다.

주인공인 김치를 만들기 위해서 김장철에는 가정에 익숙한 재료들이 산처럼 쌓이기도 한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선 배추, 무, 쪽파, 마늘, 양파는 물론이고 가정에 따라 제철을 맞은 시원한 굴이 준비된다. 이 많은 재료들로 맛있는 김치를 담그기 위해 사람들의 손이 그토록 바빠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장철을 맞으면 바빠지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대전시 환경녹지국의 자원순환과다. 자원순환과에서는 대전의 재활용과 음식물쓰레기 업무를 맡고 있는데 김장철이 되면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분주히 움직인다.

김장철에는 대전의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지난해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사업장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약 362t이었는데, 김장철인 11월에는 발생량이 하루 평균 약 409t으로 매일 약 47t이 늘어났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전시는 올해도 김장철 음식물쓰레기 처리대책을 수립하고 빈틈없는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평소와 같이 마늘 또는 양파 껍질이나 흙이 묻은 뿌리, 단단한 굴 껍데기 등은 일반쓰레기로 배출하고, 나머지 동물이 먹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하면 된다. 다만 김장철에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이 워낙 많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도 있어 각 자치구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스티커 구입 시 김장용 음식물쓰레기 전용봉투를 무상으로 배부할 예정이다.

또 이렇게 배부한 전용봉투가 김장 음식물쓰레기를 담아 배출되면 적체되지 않고 신속히 수거될 수 있도록 각 자치구에 기동처리반을 1개 이상 편성·운영할 계획이다. 기동처리반은 상가나 재래시장 주변, 그리고 공동주택이나 주택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이 증가해도 처리가 넉넉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설장비 등을 정비하고 비상근무체계를 구축해 운영할 예정이다. 홈페이지, 공문, 방송, 현수막 등을 이용한 충분한 사전 홍보와 청결한 도시 관리를 위한 철저한 사후 관리는 물론이다. 사실 이러한 대책은 김장철 음식물쓰레기 관리에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핵심적인 성공조건은 시민들의 배출에 달렸기 때문이다. 김장철에도 마찬가지로 깨끗하고 살기 좋은 대전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대전시는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온기 넘치는 김장철에 멋진 배출요령 준수로 따뜻한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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