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근창 대전시 대중교통혁신추진단 기획홍보과장
[화요글밭]

대전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작된 교통문화운동 시민모임이 있다. 18개 단체 4만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단체는 대전시 최대 규모의 시민모임이 아닐까 생각되며, 2015년 국민안전처 주관 안전문화대상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경력이 있는 아주 핫한 시민운동단체다.

이 시민모임이 주관하는 먼저가슈 운동이 현재 대전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트램 도입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미리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많은 전문가들이 유럽에서 트램의 전성기를 열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시민들의 교통문화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의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가슈’는 양보와 배려를 실천하여 품격 있는 교통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민운동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우리 충청인은 국가의 안위에 분연히 일어나는 불꽃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는 한편, 일상에서는 느긋함을 즐길 줄 아는 배려와 양보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대전의 교통상황이나 교통문화는 그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광역시별 1만대 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비교해보면, 대전시는 2010년 95.74건으로 가장 낮았으나 2015년 101.92건으로 4위로 떨어지는 등 사고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또 도보를 제외한 하루 통행량을 보면 승용차의 분담비율이 전체 통행수단의 절반이 넘는 56.5%를 차지해 대중교통 이용은 적은 편이다.

트램이 주요 대중교통수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를 보면 자동차와 함께 다니는 혼용선이 많이 있다. 이는 선진국의 앞선 교통문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그들의 교통문화를 한번쯤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승용차 이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고 보통시민들도 버스나 트램 등 대중교통 이용이 생활화돼 있으며, 오히려 승용차는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노인과 같은 교통약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유럽의 도시들은 보행자가 우선인 사람 중심의 도로환경을 만들고 공공자전거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운전자의 높은 의식수준이다. 트램의 경우만 보더라도 전용선은 물론이고 혼용선까지 대부분의 신호체계가 트램 우선으로 돼있어서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오히려 교통사고는 적다.

앞으로, 트램이 도입되면 더욱 그렇다. 트램이 도로 위를 달리기는 하지만 도시철도의 하나로 분류될 만큼 크기나 이용인원 수에서도 버스나 승용차에 비 할 바가 아니다. 당연히 사고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보다 정밀하고 현대화된 운영체계가 필요하지만, 그 첨단 운영체계마저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지켜지지 않는 교통질서다.

교통문화에도 교육이 필요하고 캠페인이 필요하다. 그것이 시민운동이라면 더더욱 좋다.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교통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야 말로 교통사고를 줄여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람 존중의 문화를 만드는 최선의 방책이 될 수 있다. ‘먼저가슈”에서는 유치원이나 학교 그리고 노인회관까지 찾아가는 교통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교통문화연수원에서는 체험시설을 통한 꾸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지금도 꼭 필요한 건강한 교통문화야 말로 앞으로 대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트램 시대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또 우리의 미흡한 교통문화로는 트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일부의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먼저가슈’가 트램을 맞이하는 마중물이 돼 트램이 시민 품에서 안전하게 정착되기를 기원하며 교통문화운동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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