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키예프 국립대학교 '동유럽의 한국학 현황과 전망' 국제학술회의. 한국어문학과 학생들과 기념촬영.
우리나라 드라마가 한류 1.0을 이끈 주역이었다면 k-pop으로 한류 2.0으로 올라섰고 전통문화를 비롯한 의식주 전반에 걸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류 3.0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즈음 중국, 일본과의 미묘한 관계로 한류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양새인데 이런 상황을 딛고 한류 4.0 나아가 5.0으로 뻗어나가야 할 영역은 해외에서의 한국어, 한국학 교육과 친한파 인재양성이 아닐까. 한 나라의 말과 글을 구사하고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우호적으로 익히고 받아들이며 해외 각국에서 우리를 성원하는 첨병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해외 여러 대학에 한국어문학과, 한국학과가 개설되어 있고 한국어 강좌 역시 활발하게 증가되는 이즈음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립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학생들의 한국어 열기, 한국사랑은 반갑고 흐뭇하였다. 직항편이 없어 비행기를 갈아타고 열 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하는 머나먼 나라에서 울려 퍼지는 낭랑한 우리말, 우리글의 화음은 감동적이었다. 1997년 김석원 교수가 개설한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립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는 지금 87명의 학사, 석사, 박사과정생이 공부하고 있다. 그중 상위권 학생들은 불과 3, 4년을 배우고 일상회화는 물론 학술논문 번역, 통역까지 가능한 수준이어서 대견스러웠다. 문화차이가 크고 언어체계며 어휘 등이 전혀 다름에도 이렇듯 높은 어학실력을 구사하는 저변에는 본인들의 열정과 노력도 크지만 이들을 지도한 교수들의 헌신과 사랑을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학생 하나하나에게 모두 한국이름을 지어주고 부모의 심정으로 학업과 생활, 진로를 보살피는 김석원, 여미경 부부 교수는 오늘도 열정적으로 한류의 못자리, 미래의 친한파 역군들을 양성하고 있다. 키예프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우리말, 아직은 서툰 글씨로 또박또박 눌러쓴 한글 행간에서 한국문화의 무한한 가능성이 빛나고 있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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