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왜 망하는가. 흔히 자만심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의외의 진단을 내린다. 기업이 실패하는 것은 '자만'해서가 아니고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해서'라는 것이다. 이 뚱딴지같은 소리는 ‘역설’을 관통한다. 몰락하는 기업들은 세상변화를 몰라서 실패한 게 아니다. 변화를 알았지만, 그에 맞춰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던 것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기존에 하던 방식을 '더 잘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일단 눈앞의 이득에만 몰입하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성공의 맛에 취해 자기 변신을 게을리하고 있다.

▶변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늘 그렇게 살아오다가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어디 쉬우랴. 우린 함정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함정을 판다. 항상 자기 자신이 가장 옳다고 생각한다. 변하자고 외치면서, 본인은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발버둥치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려놓는 것이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욕심을 가지니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뜯어고치려면, 본인부터 뜯어고쳐야한다. 변화에 뒤처지면 한방에 훅 가는 냉혹한 환경 속에서 지속적 혁신 없이는 존립 자체도 보장받기 힘들다.

▶한 여자가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얘기다. 파헤쳐보면 알겠지만 그는 대통령 등에 올라타서는 국정을 농단하고 국기문란과 헌정질서를 유린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한낱 여염집 이혼녀에게 ‘숙제’를 보여주고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대한민국의 변화는 대통령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면, 대한민국은 개혁되지 않는다. 작금의 이 부끄러운 게이트가 국민의 변화를 막고 있다.

▶'자리'를 사수하려는 사람들이 변화를 두려워한다. 뺏기기 싫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동안만큼은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심리다. '목'까지 내놔야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유지가 아니라 연명이다. 발전할 수가 없다. 모험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반바지를 입는다고 혁신인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그냥 추비한 ‘옷’일 뿐이다. ‘그럴 듯한’것만 찾지 말고 ‘그럴만한 것’을 만드는 게 혁신이다. 그러자면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면, 결국 실패한다.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논리는 실패를 담보로 한 혁신이다. 체질을 바꾸려면 생각부터 바꿔라. 대통령이든, 국민이든, 기업이든 간에….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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