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5일까지 동숭무대소극장서 공연

"괜찮아. 한 마리의 거대한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하는 거니까"(데미안)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 종로구 동숭무대 소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나일봉 각색, 김명환 연출의 연극 '데미안'은 원작 소설과 달리 등장인물의 캐릭터 설정과 캐릭터의 구조적 움직임에 중점을 뒀다.

저자 헤세의 분신인 싱클레어가 자아를 찾는 과정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었다면 이번 연극에는 싱클레어 말고 자신의 자아를 찾는 인물이 더 등장한다.

자칭 음유시인인 알퐁스 벡과 성 정체성으로 흔들리는 남장여자 크나우어다. 이 둘은 극 중에서 싱클레어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친구가 되어주면서 역시 자신들의 자아를 찾아 나서는 또 다른 싱클레어로 그려진다.

싱클레어의 스승인 데미안은 이상적인 인물로 설정된 소설과 달리 연극에서는 이상적이면서도 다른 한편 세계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인물로 나온다. 이번 연극에서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가 각기 다른 색깔로 데미안을 연기하는 이유다.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은 현실 참여적인 여성지도자로 등장한다.

김명환 연출가는 "어떻게 하면 헤세의 글과 정신, 광기를 손상하지 않고 무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시대성에 얽매이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공간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공연은 내년 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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