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폐물을 옆에 끼고 살아야 하는 대전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대전에 방사능 누출위험이 큰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1699봉을 기약도 없이 마냥 보관해야 하는데다 '중저준위 폐기물'마저도 전국에서 두 번째나 많은 2만 9728드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2019년이면 폐기물 처리비용이 바닥난다고 한다. 모른 체하는 정부의 배짱이 놀랍다.

대전에 원자력발전소는 없지만 원자력 유관기관(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술연구소)이 밀집돼 있다. 이들 기관에서 보유중인 '중저준위 폐기물'에 대해선 지난해 10월부터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해왔다. 매년 800드럼씩 연차적으로 이를 이송할 계획이었다. 연간 처리비용만 해도 113억3400만원에 달한다. 우선 원자력연구소 보유분부터 이송하기로 했다.

문제는 적지 않는 이송비용을 어떻게, 누가 부담하느냐다. 미래부와 원자력연구원은 2009년부터 각각 출연금과 연구원 자부금을 통해 방폐물 처분 예산소요액을 적립해왔다. 총 304억9400만원이 적립됐다. 하지만 이것도 곧 소진된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국감자료를 통해 당장 2년 앞으로 다가온 이 사안과 관련, 차질 없이 이송할 수 있는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더욱 심각한 건 대전에 들어온 고준위 폐기물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고준위 방폐장이 아직 국내에는 없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지난 5월 정부가 2035년부터는 중간 저장 시설을, 2053년부터는 영구 처분 시설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계획대로 실현되기에는 벅찬 게 현실이다. 대전시로서는 반입한 핵연료봉을 즉각 반출하고 핵료봉 반입을 절대 금지한다는 원칙을 천명했지만 과연 이게 지켜질지 장담하기 힘들다.

대전 시민들이 원자력 안전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정부 불신이 한몫을 차지한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지는 데도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에서도 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제외됐다. 현재 대전의 중·저준위 폐기물량은 경주 방폐장의 5배다. 그런데도 대전지역의 핵폐기물 위험성을 등한시하고 있다. 우선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증단이 구성돼 모든 실상을 낱낱이 확인하는 조치가 선행되고 그런 다음 후속조치도 명쾌하게 가시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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