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관할주민 임의전화 설문
1급서 40·2급서 35명 표본대상
모집단 비해 지나치게 인원 적어
객관적인 평가 위한 지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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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체감안전도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할 주민을 상대로 무작위 설문조사를 벌여 평가하는 체감안전도 평가는 표본집단의 수가 지나치게 적고 도시 지역과 농촌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불공평한 측정이라는 지적에 기인한다.

체감안전도는 각 경찰서의 관할 주민에게 임의로 전화를 걸어 실제 느끼는 치안수준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말한다. 2012년 경찰청이 도입한 이후 해마다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실시되는 이 설문조사는 경찰 업무평가에서 13% 정도가 반영돼 다른 평가지표보다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감안전도 조사는 설계구조상 통계학적 의미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도내 12개 경찰서 중 1급서인 흥덕·청원·상당서는 관할지역 주민 40명을, 2급서인 충주·제천서는 35명, 나머지 3급서에선 30명을 표본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표본집단은 모집단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인원이어서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덕 충북대학교 통계학 교수는 “흥덕서의 경우, 관할지역 인구가 약 35만명이라고 가정할 때, 믿을만한 설문결과가 나오려면 최소한 1000명 이상의 표본집단이 필요하다”며 “이 중 40명을 뽑아 설문을 하는 것은 민심을 헤아리는데 참고가 될 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지표로 활용하기에 오차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 평가가 도시와 농촌의 지역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해 공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건·사고가 많고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도시민들은 체감안전도에 부정적인 반면, 인구밀도가 낮고 이슈에 둔감한 농촌민은 체감안전도에 대체로 후한 평가를 내린다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체감안전도 평가에서 도내 1위를 차지한 영동경찰서에서 1~5월 집계된 5대범죄는 95건으로 12개 경찰서 중 3번째로 발생이 적었다. 반면, 동기간 평가에서 꼴찌를 차지한 흥덕서의 5대 범죄 발생은 1480건을 기록했다. 도내 사건·사고가 가장 많아 '치안 일번지'라고 불리는 흥덕서의 검거율은 79.1%로 12개 경찰서 평균검거율(79.5%)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이런 사정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충북청 관계자는 "지방청에서 이런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찰본청에 문의해봤지만 '표본대상이 30명 이상일 경우 의미 있는 설문결과가 나온다'는 통계학의 중심극한정리를 적용해 평가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함문수 기자 hm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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