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14개소 2079병상 운영
가격따라 시설·의료수준 천지차
100세 시대 경제적인 부담 작용
저렴한 가격 ‘메뚜기식 옮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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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투데이 DB
2008년 사고로 척수를 다쳐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이모(77) 할머니. 처음 2년은 딸네 집, 이후 5년까지는 아들 집, 2년 전부터는 노인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딸과 아들 형편이 점차 어려워지자 한달에 40여만원을 부담하는 청주 외곽의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비용이 저렴한 만큼 의료 행위는 기대하기 어렵고 밥 먹이고 기저귀만 갈아주는 정도다. 이 할머니는 “젊었을 때 노후준비 자금이라도 마련해 뒀으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았을텐데 후회스럽다”며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일찍 죽는게 낫겠다”고 울먹였다.

가계부채와 자녀 뒷바라지 때문에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60~70대 노년층. 100세 시대를 맞아 살 날은 많아졌지만 이들 대부분이 각종 노인성 질환과 경제적 빈곤으로 녹록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문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노인성 질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치매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환자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0~2014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만 4000명에서 2014년 10만 5000명으로 4.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노인성 질환자 수의 증가와 맞물려 지역내 요양병원 등 시설도 증가하고 있다.

24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지역 요양병원은 이달 현재 14개소에서 총 2079개 병상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요양원 등 노인의료복지시설은 2014년 86개소, 지난해 89개소, 이달 현재 93개소로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몸이 아픈 노인들을 두번 울리는 것은 다름 아닌 돈이다. 노인병원에 입원할 경우 국가가 시행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혜택 외 비급여 항목에 따라 한달에 60만~90만원 정도 든다. 여기에 개별적 간병비용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때문에 조금 더 저렴한 요양병원을 찾는 노인들의 ‘메뚜기식 병원 옮기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비용을 자녀가 직접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하다.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노인들에게 요양병원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셈이다.

이에 반해 개인 병실에 특별 간병인까지 따로 두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는 노년층도 있다. 과거 잘나가던 사업가 출신인 최모(69) 씨는 최근 뇌혈관 질환으로 벌려놓은 사업을 정리했다. 비용에 대한 걱정이 없던 그는 최고급 개인 병실에 전담 간병인을 별도로 준비했고 재활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공단 청구금을 제외하고 한달에 드는 개인 부담금은 월 400만원 가량이다.

청주지역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질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양병원의 경우 간병비를 제외하고 본인부담금이 한달에 최소 70만~80만원이 든다”며 “청주지역에 월 30만~40만원대 저렴한 곳도 있다고는 하지만 의료행위에 치중하기 보단 거의 방치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가하고 있는 노인환자가 정상적인 의료 및 간병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노인요양병원에 대한 국가 기관의 평가 강화 등 제도적인 보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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