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미인은 잠꾸러기. 아름다운 여자는 수면시간이 길고 숙면한다는 얘기다. 왜 이런 말이 생겼을까. 아주 멀고 우리나라도 아닌 고대 그리스에서 찾아보자.

그리스 어느 왕국에 세 명의 공주가 있었다. 사람들은 막내 프시케가 아프로디테 신(神)보다 더 예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자타공인의 아프로디테가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었다. 아들 에로스를 시켜 프시케에게 화살을 쏴 미천한 사랑을 불어넣어라 한다. 에로스는 잠자는 프시케를 보니 미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에로스는 미모에 반해 어리둥절하다 자신의 화살에 상처를 입지만 프시케가 사랑의 마음이 생기지 못하게 하는 데 성공한다. 프시케는 누구도 사랑하지 못해 독수공방, 잠자는 일 이외 할 일이 없었다.

왕은 딸을 신부 화장시켜 산꼭대기에 데려다 놓는다.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나타나 잠자던 프시케를 신들의 궁궐로 데려간다. 프시케는 볼 수 없지만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신과 결혼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동생을 방문한 언니들은 동생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보도록 강요한다. 강요에다 호기심을 감출 수 없던 프시케는 등불을 비춰 잠자리에 든 남편을 본다. 이때 등불 기름이 남편 어깨에 떨어진다. 화들짝 잠이 깬 에로스는 보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자신이 에로스임을 밝힌 뒤 새가 되어 날아간다.

에로스를 찾아 헤매던 프시케는 아프로디테를 만나 미션을 받는다. 지하세계에 가서 지하의 여왕 페르세포네부터 아름다움을 상자에 담아 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페르세포네는 아름다움을 상자에 담아 주면서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나약한 인간 프시케는 귀가 중 상자를 열고 만다. 아뿔싸. 상자에는 아름다움 대신 '잠'이 있었다. 이 잠이 그녀에 침투, 그녀를 죽음보다 깊은 잠에 빠뜨린다. 에로스가 '짠'하고 등장, 프시케 몸에서 잠을 빼내 화살로 찔러 잠을 깨운다. 에로스는 어머니로부터 결혼을 허락받고, 프시케는 신과 동등한 불사불멸의 자격을 얻는다. 그러니 미인은 잠꾸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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