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건 세종웰비뇨기과 원장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소변보는 것에 대한 걱정이 생겨 내원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비뇨기과를 찾으며 본인의 불편함을 털어 놓을 때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저는 태어나서 오늘 처음으로 비뇨기과를 찾아 왔습니다.’이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말 병원이라는 것을 멀리 했기에 자신의 몸이 고장나 병원에 오는 것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은 왠지 비뇨기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으로 인해 비뇨기과를 내원하는 것을 의사인 나에게 조차 변명을 하고 싶은 생각도 일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뇨기과는 소변을 만들고 배출하데 관련된 장기와 생식기계에 대해서 진료를 하는 과다. 따라서 신장, 요관, 방광 그리고 생식기와 관련된 질환을 보게 된다. 비뇨기계 질환은 인류의 시작과 같이 발생해 기원전 이집트 미라에서 조차 요로결석이 발견되었으며 이후 고대 페스시아에서도 요로결석의 치료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유럽의 르네상스 시대에는 전립선의 비대가 배뇨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알게 되었고 현대 의학이 급격히 발달하게 된 19세기에는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최초의 수술적 치료가 시행되었다. 현대에는 요로결석, 전립선비대증 뿐만 아니라 여성에서 호발하는 과민성방광, 요실금 등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약물 및 수술이 개발됐다. 이러한 배뇨와 관련된 질환들은 주로 노인인구에서 더 많이 발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59만명이었던 전립선비대증 환자 수가 2014년 102만명으로 6년 동안 73%나 증가했으며, 여성들에서 호발하는 과민성방광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불편함을 가진 환자들이 병원을 내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11년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서 시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배뇨증상을 보이는 중년 이후의 환자에서 실제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50% 가량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배뇨증상은 생명과 직결되지 않아 병원 내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 경우 많이 있으나 고령의 인구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어 건강한 노년을 즐기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배뇨와 관련된 증상이 병이라 생각하지 못 하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노화과정으로 받아 들여 그냥 참으려고만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비뇨기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병원에 제때 방문하지 못 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을 자주 다닌다는 말은 절대 좋은 말이 아니다. 하물며 비뇨기과는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비뇨기계 질환이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환임을 이해하고 당당히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길건 세종웰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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