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만난 옛 연인…'두 번째 스물'

"제가 20∼30대 때 지금 제 나이의 사람들을 보면 생각이나 행동도 다를 것으로 생각했죠. 한데, 막상 그 나이가 되어 보니 생각도, 행동도 별로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다만 20대보다 자제하려고 노력할 뿐이죠."

이제 곧 쉰을 바라보는 배우 김승우는 솔직했고, 자신을 많이 내려놓은 듯 보였다. 스스로 20대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연륜이 쌓여서일까. 흥행에 대한 집착도, 영화 속에서 자신이 돋보여야 한다는 욕심도 없는 듯 보였다.

영화 '두 번째 스물'(박흥식 감독)에 출연한 김승우를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번째 스물'은 20대 중반에 불같은 사랑을 나누다 오해로 헤어진 옛 연인이 13년이 흐른 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옛 감정을 되살리는 정통 멜로영화다.

김승우는 이 작품에서 실제 본인 나이와 같은 마흔여덟의 영화감독 민구 역을 맡아 이태란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의 대부분은 이탈리아에서 촬영했다.

김승우는 이 시나리오를 3년 전에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스토리에 공감이 가지 않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렇게 김승우의 손을 떠난 시나리오는 운명처럼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

"다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3년 전과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주인공의 감정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김승우는 '불륜 영화'라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해도 불륜이다"라고 명확히 선부터 긋고 시작했다. "평소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으며 불륜처럼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사랑은 손가락질받고,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처음에 공감하지 못했던 영화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이 영화는 낯선 곳에서 옛사랑을 만나는 것이 포인트"라며 "낯선 여행지가 주는 설렘과 같은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설득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나는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고, 이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첫사랑의 기억을 온전히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관객이라면 나이와 관계없이 공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승우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해변의 연인'(2006)과 같은 멜로영화나 코미디 '역전에 산다'(2013)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해왔다.

그래도 김승우는 "저는 늘 멜로영화가 좋았고, 어떤 영화든 멜로가 가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멜로 예찬을 펼쳤다.

이 영화는 성적 묘사 등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김승우는 "사실 당초 시나리오보다는 많이 순화됐다"며 원래대로 찍었다면 '29금' 영화가 됐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이태란 씨는 남편이 봐도 될 만한 영화, 감독님은 딸이 봐도 될 만한 영화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았다"며 "저 역시 딸이 봐도 될 만한 수준에서 (노출 수위 등을) 합의했다"고 전했다.

김승우는 "아내(배우 김남주)는 작품을 선정할 때 철저하게 이해해준다"면서도 "이 영화는 아내가 굳이 안 봐도 된다"고 했다.

또 "영화의 흥행은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그래도 중년의 사랑 이야기니까 공감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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