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대전시 도시주택국장
[화요글밭]

미국의 생물학자 개럿 하딘(Garrett Hardin)이 주장한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이 있다.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자원을 소수 개인들이 이기심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유자원이 무분별하게 남용 돼 결국엔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론이다.

여기에 공유지의 비극을 해소 할 수 있는 해법으로 두 가지가 제시되는데, 하나는 정부가 나서서 목초지에 풀어 놓을 수 있는 양의 수를 제한하거나 목초지의 소유권을 나눠 배분해 사유화 하는 것이다.

반면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지역공동체들의 자치관리가 정부규제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한 사례는 미국 메인주 연안의 바닷가재잡이 어부들이다.

1920년대 이 지역의 바닷가재 어장은 남획으로 인해 황폐화 됐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어부들이 찾아낸 해법으로 통발을 놓는 규칙, 순서 등에 대한 자치규율을 만들고 지켜낸 결과 미국 북동부의 다른 해안과 캐나다의 바닷가재 어장이 완전히 붕괴되는 와중에도 미국 최고의 생산지로 거듭났다.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상황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나타난다. 특히 최종 완제품 대부분이 하도급 거래를 통해 생산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미치는 영향과 파장은 적지 않다. 하도급 거래 비중이 1976년엔 19.7%에 불과하던 것이 1999년엔 70.9%, 최근에는 80%이상으로 미국이나 유럽, 하도급거래가 일반화 된 일본보다도 높다.

올 연초에 중견기업연구원(HERI)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성과격차가 우리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 할 수 있고, 이러한 격차의 주원인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행으로 조사 됐다. 더욱이 협력사의 22.3%가 원도급업체 기업과의 거래에서 평균 4.1회 납품단가 인하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자생적 성장을 가로막는 하도급 거래에서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전시는 지역건설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하도급 전담부서를 신설·운영한 결과 지역업체 수주율이 2014년 61.96%에서 2016년엔 64.52%로 향상 됐다. 뿐만 아니라 매년 지역건설업 활성화 계획을 수립, 3000㎡이상 대규모 민간 건축공사장의 지역업체 하도급율을 65% 이상으로 권장하고 지역건설건축자재 전시회 개최 등 지원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대전지역 전문건설업체 하도급 수주액이 크게 향상, 매출액 2조원 시대가 개막 됐다. 또 불공정 행위 신고센터 운영은 물론 민간건설공사 ‘불공정 하도급 관리 매뉴얼’을 제작해 관련기관에 배포하고 인허가 당시부터 사전 안내와 예방에 주력하는 한편, 불공정 하도급 거래민원 접수와 신고를 통해 위반사항에 대해 철저히 조사, 시정해 나가고 있다.

공정한 하도급 거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하도급 계약 당사자 간에 대등한 계약관계 정립이 필수적이나 우리 건설업계의 하도급 문화는 원도급 업체가 계약적 지위의 격차를 수익확대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러한 관행을 우리 스스로 끊어야 한다. 그래야만 경기 침체와 경제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사람은 경험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행동 목적에 따라 경험을 취사선택 한다’는 것이 심리학의 거장 아들러의 목적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변할 수 있는 용기만 낸다면 언제든 스스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공정 하도급 관행으로 경기침체와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관행을 스스로 끊음으로써 모두가 상생하는 사회로 나갈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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