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있어 직관이란 어떤 외적 목적에 복무하지 않으며 어떤 대상에게도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것이다."

독일 예술학자 콘라트 피들러가 예술의 본질은 형태와 색채로 이루어진 추상에 있음을 주창하며 한 말이다.

피들러가 말한 '직관으로서의 예술'은 서양화가 최행숙(59)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다.

최행숙 작가는 경남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모노크롬(Monochrome·한 가지 색이나 같은 계열의 색조를 사용해 그린 그림) 작가이다.

크기나 용도가 다른 붓들을 한데 엮어 만든 커다란 브러시로 하얀 캔버스 위에 거침없이 한 획(劃)을 그어 그린 그림 때문에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작가로도 불린다.

그는 7년 전부터 모노크롬 작품을 그리게 됐다. 그림을 그리고 남은 물감의 처리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단색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

최행숙 작가는 "쓰다 남은 여러 가지 색의 물감을 섞다 보니 아이보리색이 나와 이를 소모하고자 지금과 같은 스타일의 모노크롬 작품을 그리게 됐다"며 "캔버스를 바닥에 눕힌 뒤 두 손으로 붓을 들고 긋는데 작품 자체가 정신적인 것을 표현하는 만큼 상당한 집중력을 소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흑과 백의 단색으로만 작업을 하던 그는 3년 전 텔레비전에서 아리랑 공연을 접한 뒤 전환점을 맞게 됐다.

농악 공연팀의 상모돌리기에 반해 그 역동적인 찰나의 느낌을 화폭에 옮기고 '아리랑'이라 이름 붙였다. 여기에 화려한 오방색을 덧입히자 더 생동적인 그림이 탄생했다.

이렇게 완성된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직관을 자극한다.

하얀 캔버스 위로 색을 머금은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그의 그림은 역동적인 활력과 강렬한 기운을 품고 있다.

박은주 전 경남도립미술관장은 그의 작품을 일컬어 명나라 말기 문인 홍자성이 쓴 '채근담(菜根談)'의 간결한 구절처럼 그녀의 일필일획은 매우 소박·단순하지만 함축적이면서도 뜨거운 열정을 품어낸다'고 평하기도 했다.

박행숙 작가는 "내 그림은 간결한 터치와 강렬한 기운을 직관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일제강점기 시절 한 많은 아리랑이 아니라 정신을 번쩍 차리는 동적인 리듬과 청춘을 느낄 수 있는 신(新) 아리랑을 사람들이 발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전 'Vitality of Arirang'은 서울 용산구 쿠오리아 갤리러에서 다음 달 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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