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체전 유도 충북선수단 男 청각 단체전 우승, 직장 다니는 생활체육인들… 열정만으로 일·운동 병행

▲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한 충북 유도 선수단. 이들은 남자 청각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금 1, 은 3, 동 1개를 획득했다. 심형식 기자
“어느새 장애인체육대회에 나선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운동이 너무 좋다. 일반 엘리트선수들이 장애인체전에 출전하며 점점 어려운 경기가 되고 있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유도 남자부 청각 단체전에서 우승한 충북선수단의 변진섭(33) 씨는 필담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변진섭과 함께 한명진(31)·정종욱(33)·하마태오(28)·김혁(26) 씨가 팀을 이뤄 출전한 충북은 준결승에서 서울에 3-2, 결승에서는 경기에 3-1로 승리하며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루 앞서 열린 개인전에서는 정종욱이 금, 변진섭과 김혁이 은, 하마태오가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이 중 변진섭과 한명진, 하마태오, 김혁은 한국 장애인유도를 상징하는 산증인들이다. 2005년 변진섭이 처음으로 전국장애인체전에 출전하기 시작했고 2~3년 한명진, 하마태오, 김혁이 합류했다. 이들은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변진섭과 하마태오는 각각 2009년과 2013년 농아인올림픽에 출전했다. 하마태오는 카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유도 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은 교차 출전이 가능하다. 특히 청각은 엘리트선수로 활약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장애인체전에도 전국체전 출전 선수가 나와 우승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충북선수단의 유도 대표 선수들은 모두 생활체육 출신이다. 이들은 충북선수단 유도감독인 문호용 관장의 청주 율량동 체육관에서 하루 2시간씩 유도를 수련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도 장애인체전 남자 유도 청각 부분 금메달은 대부분 이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장애인체전에도 자본의 힘이 점차 강해지면서 엘리트선수들의 유입이 늘어났다. 충북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개인전에서는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올해 장애인체전에서 단체전을 우승한 것처럼 오랜 기간 쌓아온 팀워크는 여전하다.

이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대회에 마음놓고 출전하는 것이다. 장애인체육은 선수 생활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선수들은 모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장애인체전까지는 주말을 이용해 출전할 수 있지만 문제는 국제대회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선수와 직장이 모두 괴롭다. 선수들은 국가대표 훈련기간 동안 월급을 포기한 채 휴직을 한다. 월급을 주지 않더라도 선수들의 차출로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회사도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다.

문 감독은 “10대 후반부터 장애인체전에 출전한 선수들이 어느새 30대 중반과 20대 후반이 됐다”며 “일반인도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장애의 불편함을 딛고 오랜 기간 선수생활을 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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