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용암동 주민한마음축제
식사판매 대신 무료급식 운영
대형경품도 소규모로 대체돼
젊은층 참여 줄고 노인층만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해야

▲ 지난 22일 청주시 용암동 망골공원에서 열린 제20회 주민한마음 축제장을 가득 메운 노인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사회가 변화의 길목으로 접어든 가운데 마을축제도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풍속도가 변모하고 있다.

관행으로 이뤄지던 공짜 초대·식사, 기념품은 찾아볼 수 없고 진행 예산과 후원금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청주시 상당구 용암1동은 지난 22일 망골공원에서 주민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주민 한마음 축제’를 개최했다. 올해로 20회 째를 맞는 주민 한마음 축제는 인구 4만 5000명이 거주하는 청주지역 최대 마을 축제다. 과거 한마음축제가 진행되면 푸짐한 먹거리, 볼만한 노래자랑, 눈이 즐거운 폭죽 등 오전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용암동 일대가 떠들썩했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한마음 축제도 크게 달라졌다. 우선 주민한마음 축제 현장에 ‘공짜 음식’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으레껏 지역 ‘유력 인사’나 기관장들에게 지급하던 무료 초대권이나 리셉션이 자취를 감췄다. 축제장 내 음식판매 자체가 사라지고 지역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행사(국밥)가 이를 대신했다.

혹시라도 김영란법 영향을 받을까 음식판매를 꺼려해 무료급식 형태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축제 참여 계층도 대부분 노인층으로 채워졌다.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해 한마음 축제 추진위원회에서는 제과·제빵, 요리교실과 서예교실, 포크아트, POP예쁜손글씨 등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젊은 계층의 참여는 부족했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이모(38) 씨는 “예전에는 한마음축제 노래자랑, 먹거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눴던 걸로 기억한다”며 “그만큼 여유있고 추억을 많이 남기던 축제였는데, 이제는 많이 바뀐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을 빗대어 주민을 동원하거나 대규모 초청행사에 기대기 보다는 불필요한 행정력 자체를 줄이고 축제 본연의 콘텐츠 구성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영란법 후폭풍에 축제를 준비한 추진위원회도 고민이 적지 않다. 과거 주민화합과 축제를 지원하던 지자체 지원 예산은 투명한 집행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진 지 오래됐고, 기업들에게 후원의 손길을 내밀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한마음축제 후원금 명부를 보면 주민자치위와 통장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등 자체적인 모금으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기념품은 사라졌고 과거 TV·냉장고 등의 대형 경품도 소규모 경품들로 축소됐다.

연현숙 주민한마음축제 추진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들이 행사비 마련을 위해 상가·단체, 독지가들로부터 관행적으로 받아온 협찬은 더 이상 힘들게 됐다”며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다소 부족하고 미흡한 축제였지만 앞으로 한마음 축제가 더불어 살아가는 정을 느낄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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