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파격·기발한 스토리…인터넷 발달로 효과 증폭, 스낵컬처로 소비

어이없거나 촌스럽거나. B급 정서를 담은 광고마케팅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B급 문화는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흔히 소위 비주류 문화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과거에는 열악한 제작환경, 적은 비용 등으로 의도치 않게 자극적인 소재, 황당하고 허술한 스토리 전개 등의 특징으로 요약됐다면 이제는 단순하고 파격적이면서도 기발한 스토리로 진화했다.

'돌아이' 아이돌과 조미료, 걸그룹 댄스의 만남, 전직 운동선수의 '아픈 과거'를 활용한 '웃픈 유머', 톱스타와 '아재개그'의 결합 등이 그 예다.

23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서 단연 화제로 떠오른 광고는 대상의 조미료 광고 '픽(Pick)미원'이다.

한때 MSG 유해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원은 아이돌 가수이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돌아이 캐릭터로 사랑받는 김희철을 모델로 세우는 파격을 보였다.

김희철은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노래 '픽미'의 춤을 추며 '픽 미원'을 외친다. CG로 '복붙'한 수많은 김희철, 그가 보여주는 진지한 표정과 코믹한 춤, 미원을 한꼬집 넣는 동작이 어우러져 묘한 중독성을 갖는다.

2주전 공개된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만뷰를 넘겼다.

전 축구선수 안정환을 모델로 기용한 캐논 광고도 소위 '대박'을 쳤다.

안정환은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직이 읊는다. '치열했던 나의 경기는 끝났다. 이제는 여유를 즐기는 법을 배울 차례다'.

그때 멀리서 도둑을 쫓는 경찰. 아이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에게 축구공을 건넨다. 경찰을 돕고자 발로 찬 공은 엉뚱하게 경찰을 쓰러뜨리고 안정환은 연행된다. 화면 아래로는 '#공무집행방해 #패닝샷 #콩밥' 등의 해시태그가 흐른다.

시리즈로 이어지는 영상에서는 청주대 이을용 코치가 출연, 13년 전 중국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당시 선수였던 이 코치가 자꾸 도발하는 상대팀 선수의 뒤통수를 가격한 '을용타' 사건을 안정환과 재연한다.

한때 잘나가는 축구선수였고 이제는 넉살좋은 웃음, 욱하는 성질, 허세 등을 장착하고 방송인으로 나타난 그의 특성을 살린 이 광고는 온라인에서 소위 '약 빨고 만든 광고'로 통한다.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버거킹은 통새우와퍼를 출시하면서 아재개그를 차용했다.

운전석 뒷자리에 앉은 이정재는 '세우라고!'를 연거푸 외친다. 급정거한 차 앞으로 지나간 것은 새우 네 마리. 광고는 "통새우 맛보새우"라는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톱배우 이정재가 진지하게 내뱉는 말장난이 허탈할 법도 하지만, 이 영상은 지난 8월 광고포털 사이트 'TVCF'에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과거 B급문화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하는 비주류로 통했다. 그러나 점차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메가트렌드는 사라지면서 B급코드를 차용한 캠페인도 입지를 넓혀가는 추세다.

간식처럼 짧은 시간 안에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컬처'가 인기를 끄는 시대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광고는 단골 대상이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맥락없는 유머, 촌스러움, 어설픔, 유치함 등을 의도적으로 차용하는 방식은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더욱 효과를 얻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하면 입소문을 타고 그 효과는 증폭되고 패러디 등으로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된다"고 말했다.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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