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쉐브첸코 동상. 사진=이규식
울부짖으며 신음하는/ 넓은 드네프르 강이여!/ 성난 바람 불어와/ 버들가지 땅으로 휘감고/ 집채만한 파도 / 들어 올리는구나/ 구름 사이로 / 창백한 달 솟아오르고/ 푸른 물결엔 돛단배/ 출렁이누나/ 닭들도 조용한 강가/ 적막한 숲 속엔 / 부엉이 홀로 운다.

-타라스 쉐브첸코, 김석원 번역 '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 시를 우리 아리랑처럼 노래로 부른다고 한다. 300년간 외세의 지배를 받고 1991년 소비에트 연방 와해와 함께 독립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러시아와의 갈등과 분쟁에 휘말려 있는 자원부국 우크라이나.

타라스 쉐브첸코(1814-1861). 명실 공히 우크라이나 최고의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쉐브첸코는 김소월, 이육사, 한용운, 심훈 등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여러 시인의 이미지와 업적, 활동을 집결한 위상으로 사후 1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크라이나 국민의 절대적인 숭배와 존경 속에 그의 시가 애송되고 있다.

농노 신분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그림과 문학수업을 받았고 그 후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 역사와 민중의 정서를 섬세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노래하였다. 시 창작과 함께 러시아 저항단체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10년 유배생활을 하는 등 문학과 삶 전반에 걸쳐 오직 애국애족의 선명한 기치를 앞세웠다. 러시아 지배로 우크라이나어 사용이 금지되던 시절 우크라이나어 교본으로 활용될 만큼 쉐브첸코의 시는 낭만, 저항, 민족감정 그리고 기독교정신 등 광범위한 정서를 담아냈다.

동상, 화폐는 물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는 타라스 쉐브첸코 국립대학교, 공원, 거리, 박물관 등 그를 기리는 여러 징표가 선명하다. 오랜 이민족 압제의 질곡 속에서 시로, 노래로 그리고 목숨을 건 저항의 투쟁으로 민족자존심과 정기를 일깨운 시인을 가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행복해보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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