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충북본사 사회교육부장
[데스크칼럼]

정부가 은근슬쩍 KTX 세종역 신설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발주한 사실이 확인됐다. 충청권이 또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용역은 오는 12월 결과가 나오는데, 세종역 신설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KTX 오송역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추진돼온 KTX 오송 역세권 개발은 물론,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오송을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충북의 민·관·정은 정부에 용역중단을 촉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최초 제안자인 이해찬 국회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을 겨냥해 충청권의 상생을 깨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세종역과 오송역과의 거리는 21㎞, 또 공주역과도 22㎞에 불과하다. 당연히 KTX는 ‘저속철’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오송역을 세종시의 관문역으로 한다는 충청권 합의 정신에도 위배됨은 당연한 귀결이다.

KTX 세종역 설치는 오송역뿐만 아니라 충남 공주역과 서대전역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충남 공주시도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공주시는 공주역에서 불과 20여㎞ 거리에 세종역이 신설될 경우 KTX는 ‘저속철’로 전락할 것이라며,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과 철도시설공단에 용역 중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송했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공주와 청양 등이 지역구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대대표가 ‘KTX 세종역 신설 절대 불가’입장을 밝히며 충북에 힘을 보탰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힘입어 충북의 반발기류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국회와 국토부를 찾아 세종역 신설 사전타당성 용역 중단을 요청했고, 청주권 국회의원들도 모처럼 한 목소리로 국회에서 세종역 설치 반대를 외쳤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은 요지부동이다. 당초 KTX는 시속 330㎞로 운행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실제 속도를 내는 구간은 280~290㎞에 불과하다. 역간 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전국 KTX 노선의 평균 역간 거리는 46㎞이다. 외국 평균 78.5㎞의 60% 수준이다. 정부도 국내 고속철 속도 적정 역간 거리를 57㎞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고속철도 적정 역간거리 57㎞의 절반도 안 되는 세종시에 역이 신설되면 전국 41개 KTX 역 가운데 공주역~세종역과 세종역~오송역 구간은 유례없는 ‘초미니 구간’이 된다. KTX 공주역과 오송역 구간은 44㎞로, 14분 거리이다. 이 사이에 세종역이 들어서는 것이다. 평균 속도로 달려도 7분이면 도착하는 곳에 역사가 생기는 셈이다. 이럴 경우 속도면에서 고속철은 일반 철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속철이 아니라 '저속철'이다. 세종역이 들어서면 ‘기네스북 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KTX 세종역은 세종시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계획도시인 세종시가 서울과 지나치게 편리하고 빠르게 교통망이 구축될 경우 세종시에 정착하기 보다는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늘어 결국 도심주택 공동화라는 기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속철은 고속철답게 운영하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다. 수 천 억원을 들여 새롭게 세종역을 설치하는 것은 '혈세낭비'다. 정부는 고속철이 고속철답게 운행돼야만 8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 헛되지 않고, 국토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적절한 포석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KTX 세종역 신설은 논리적·경제적·국민정서적, 모든 면에서 맞지 않다. 절대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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