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시론]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 새하얀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영국 수상 벤자민 디즈레일 리가 한 말이다. 통계란 것을 무턱대고 믿지 말라는 경구이자 통계 자체에 대한 비판의 말이기도 하다. 통계가 종종 조작과 오류의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통계는 우리의 일상이나 정부 정책에 너무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은 통계를 기준으로 행동을 결정하고 정부는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한다. 통계가 현상을 진단·비교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충북도교육청은 통계의 늪을 빠져나왔다. 지난 10월 7일 치러진 시·도교육청 국정감사때문이었다. 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수많은 통계자료와 답변자료를 요구한다. 이런 면에서 감사를 준비하는 기간은 '통계의 계절'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의원실에서는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기사를 통해 교육청은 타 지역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통계지표가 잘 나온 분야에 대해선 안도하고, 크게 뒤떨어진 분야에 대해선 반성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서 교육청 관계자들과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통계 오류로 빚어진 오보성 기사에 크게 실망도 했다. 잘못이 보고하는 쪽에 있든, 취합해 발표하는 의원실에 있든 결과적으로 잘못된 통계가 보도됨으로써 여러 사람들이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통계 오류 사례 중 하나다. 지난 9월 말 언론은 모 국회의원 발표자료를 인용하면서 '충북도교육청이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 자살위험 관심군 비율이 6.9%로 전국 1위로 나타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실상은 발표 자료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할 특수학교 수치가 포함된 것으로, 특수학교를 제외하면 3.93%, 단순 설문에서 나아가 학교 내 면담 소견을 반영하면 1.8%에 불과한 것이었다. 1.8%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수치이긴 하지만 여하튼 전국 최고가 아님은 분명하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10월 초의 일이다. 지역 모 국회의원실 자료를 인용하면서 상당수 언론은 '충북의 98.8% 학교가 탈의실을 미설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근거 자료는 2015년 이전의 설치 학교를 무시하고 2016년 이후 설치해야 할 학교 중 이미 설치한 학교의 비율을 단순 계산한 것에 불과했다. 충북도내에서는 초등학교 63.5%, 중학교 39.8%, 고등학교 60.2%가 이미 설치를 마친 상태다. 통계처리 미숙이 부른 불상사였다.

통계는 종종 숫자를 이용해 진실을 바꾼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입장에서는 판단과 행동의 근거가 되는 통계, 정부의 입장에서는 현상 진단과 정책수립의 기반이 되는 통계는 엄밀하고 정확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통계를 대하는 일반 시민들도 통계 오류와 조작에서 벗어나 진실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날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통계 속에서 어떻게 통계 숫자에 속지 않고 진실을 파악할 수 있을까.

통계학자 대럴 허프가 전해주는 다섯가지 팁을 소개한다. 첫째, 통계 숫자를 모은 사람들, 발표자들이 누구인지 파악해 보라. 둘째, 조사방법이 타당한가 물으라. 셋째, 숨긴 숫자는 없는가 물으라. 넷째, 쟁점이 되는 것들이 빠지지는 않았는가 살펴보라. 다섯째, 상식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 석연치 않는 부분들은 없는지 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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