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수 청주시 환경관리본부장
[수요광장]

어느덧 가을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비록 올해는 무더위가 늦게까지 기승을 부렸지만 어김없는 계절의 변화를 보니 새삼 자연의 이치에 고개가 숙여진다. 가을은 부지런한 사람이 일하기 좋고, 게으른 사람이 놀기 좋고, 예전의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도 가을만큼은 수확의 기쁨을 맛보면서 풍요를 누린 계절이다.

또한 가을은 물질적인 풍요뿐만 아니라 마음의 양식을 쌓기 좋은 계절이라 해서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다. 지금은 지식과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많은 책들이 있어 특별히 독서의 계절이라 불리지 않아도 연중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독서의 중요성은 예로부터 강조돼 왔다. 두보의 시집에 나오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는 '남자라면 반드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뜻으로 지금은 '인간수독오거서'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삼국지 위서 동우의 고사에 나오는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은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는 뜻으로, 학문을 열심히 탐구하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나라 독립운동가인 안중근 의사는 독서에서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즉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해 매일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방편으로 책을 가까이 했다.

몇 년 전 아내가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을 구입해 읽은 후 아주 좋은 책이라며 필자한테 읽기를 권했다. 부 제목은 '세상을 지배하는 0.1%의 인문도서 독서법'이다.

주 내용은 세상을 지배하는 인물들이 어린 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심지어 보통아이보다 떨어지는 지적, 사회적응 능력을 갖고 있었으나 이들의 공통점은 인문고전을 즐겨 읽었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인물로 성장했다는 것을 인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고전과 비고전의 정의를 내렸는데 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책을 말하고 천재들의 저작이라고 정의했다. 이 책은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인문고전 독서교육 가이드와 독서단계별 추천도서를 제시했다. 많은 인문고전이 있지만 몇 가지 예를 들면 1년 차엔 유득공의 발해고, 이이의 성학집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2년 차엔 김부식의 삼국사기, 사마천의 사기열전,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3년 차엔 이규보의 동명왕의 노래, 공자의 논어, 아리스토탈레스의 정치학 등을, 그리고 10년 차엔 김만중의 구운몽, 정약용의 목민심서, 왕양명의 전습록, 존 스튜어트밀의 자유론, 정약용의 경세유표 등을 추천하고 있다.

청주시에서는 2006년부터 '책 읽는 청주' 시민독서운동 펼치고 있다. 매년 2회 책을 선정하고 책 선정 선포식, 작가와의 만남, 토론회, 독후감 발표회 등 다채로운 행사와 독서운동 홍보를 하고 있다. 올해는 건축철학으로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와 박범신의 장편소설인 '소금'이 선정됐다. 또한 2007년부터 1인 1책 펴내기 운동을 펼쳐 현재까지 1473명에 대한 책 출간을 지원하고 출판기념회와 책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문화와 교육의 도시에 걸맞는 사업이다.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라는 중국 북송시대 정치가인 왕인석의 말이 있듯이 독서는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 이번 가을에는 지식의 홍수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로부터 인간의 근본을 일깨워 주고 사회에 영향을 준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몇 권의 인문고전을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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