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광 회장 주요 소장품 서울미술관서 전시
'비밀의 화원' 기획전시에선 젊은 작가 24명 조명

신사임당의 초충도(풀과 벌레를 그린 그림)를 비롯해 국내 대표 컬렉터의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서울미술관은 12월 25일까지 '에이 컬렉션'(A Collection)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59) 유니온약품 회장의 소장품을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안 회장의 소장품 중 말 그대로 'A급'을 모은 이 전시에선 신사임당 외에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김창열, 서세옥, 곽인식, 백남준 등 한국 미술사를 장식한 거장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장 입구에는 안 회장을 미술품 수집가의 길을 이끈 작품인 금추 이남호의 '도석화'가 걸려있다.

안 회장이 한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1983년 거의 한달치 월급을 털어 사들인 작품이다. 안 회장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미술 수집에 눈을 떴다고 한다.

이처럼 각각의 작품에는 안 회장이 해당 작품을 수집하게 된 계기나 작품에 얽힌 개인사가 곁들여 소개된다. 안 회장이 2012년 출간한 책 '마침내 미술관'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도석화' 근처에 걸린 이인성(1912-1950) 화백의 '남산병원 수술실'은 안 회장이 아끼는 작품이다.

안 회장은 책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던 아들이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그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그림을 가까이하곤 했었다. 나는 이 그림을 아들방에 걸어두고 눈에 들어올 때마다 아들의 꿈을 응원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등 최근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단색화 작가들의 대형 그림도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도 2점 포함됐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신사임당의 초충도 7점이다. 안 회장이 미술관 설립 이전에 수집한 것들이다. 초충도 18점을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안 회장은 나머지 11점도 내년 1월께 공개할 예정이다.

안 회장은 초충도를 보며 인생의 목표를 돌아봤다고 밝힌다. 주변의 소소한 사물을 그린 초충도를 보면서 '나도 내 가족, 내 이웃에 조금 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대화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마음이 미술관으로 설립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미술관 측은 소개했다.

한편 서울미술관에선 동화 '비밀의 화원'을 소재로 한 기획전시도 내년 3월 5일까지 진행된다.

'A컬렉션'이 한국 미술사를 장식한 거장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라면 '비밀의 화원'은 오늘날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인 '비밀의 화원'은 영국 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화에서 차용했다. 부모를 잃고 고모부 집에서 지내게 된 주인공 메리가 버려진 화원을 발견하고 친구 디콘, 몸이 아픈 사촌 콜린과 함께 이 화원을 몰래 가꾸면서 주변 사람들을 다시 행복하게 만든다는 동화 내용에 맞춰 전시 공간이 구성됐다.

실제 눈 오는 날의 풍경을 재현한 듯 눈발에 가린 창밖 이미지로 아련함을 자아내는 윤병운의 '윈도우즈'(Windows)를 시작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 삼아 유년 시절의 추억을 담은 정원 작가의 '도로시의 꿈', 마치 브로콜리로 채워진 숲을 그린 듯한 이슬기의 '어너더 네이처'(Another Nature) 등 숲길을 따라 전시된 젊은 작가 24명의 작품이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미술관은 관람객이 비밀의 화원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꽃 방향제를 분사하는가 하면 곳곳에 나뭇잎 장식을 설치했다.

미술관 전시 담당자는 "'비밀의 화원'에서 '화원'은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관람요금 일반 기준 9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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