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용 ETRI 웨어러블컴퓨팅연구실
[젊은 과학포럼]

현실이란 나의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닌 나의 뇌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즉, 인간의 뇌는 감각 기관에서 전달되는 전기신호의 패턴을 통해 자신의 현실을 생성한다. 그러나 뇌는 신호가 어느 감각 기관을 통해서 들어 왔는지는 알지 못한다. 단지, 전달되는 수많은 전기신호의 패턴을 종합 분석하는 범용적인 컴퓨터다. 이를 이용해 소실되거나 저하된 감각 기관의 정보를 다른 감각 기관을 통해 전달해주는 방법을 감각 치환(Sensory Substitution)이라 한다.

인간은 감각 기관 중 시각과 청각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만큼 시각, 청각 장애인들은 일반인과 동일한 감각적 경험을 공유하기가 힘들다. 의학과 공학 기술의 융합으로 임플란트를 통해 소실된 감각의 일부 기능을 돌려주는 기술에 성과들이 보이고 있으나, 고가의 수술이 동반돼 많은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심리적·금전적 장벽이 높은 편이다. 반면, 감각 치환 기술은 이러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본 방법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다른 감각 기관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동반한 접근이 필요 없다. 따라서 현재 많은 발전을 이룬 웨어러블 기술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그런데 본 기술은 지난 1969년에 처음 발견돼 지금까지 가능성만 여러 번 증명된 채 IT적인 접근을 통해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은 연구돼 있지 않다.

감각 치환 중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연구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소리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청각-촉각 감각 치환이다. 우리가 서로 나누는 대화, 자연의 소리, 도시의 소음, 아름다운 음악을 손목시계와 같은 웨어러블 컴퓨터를 통해 촉각으로 전달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촉각을 통해 세상의 소리를 뇌로 전달 해 줄 수 있다면 청각장애인도 일상의 모든 소리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청각-촉각 치환은 청각 장애인의 대화 능력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소리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학습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내는 소리와 다른 사람의 소리를 촉각을 통해 비교해 학습 한다면 청각장애인도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기술은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원천 수준의 기술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착용감을 고려한 하드웨어 설계 기술, 작고 유연한 촉각 소자 기술, 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를 구분하고 분류해 줄 기술, 실시간으로 소리를 촉각으로 변환하기 위한 촉각 코덱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촉각을 통한 소리의 전달은 단순한 스마트폰의 진동과 같은 피드백이 아니다. 우리가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듯 장기간의 교육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레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법도 중요한 연구 주제다.

대한민국 R&D가 그동안 따라만 가던 기술에서 맨 앞 에서 앞장서 가는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또 이제는 따뜻한 기술,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기술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연구를 통해 청각 장애인과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도 같이 듣고 교실에 앉아 영어 듣기평가도 함께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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