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아킬레스건(腱). 발뒤꿈치에 있는 강한 힘줄로, 종아리의 근육과 발뒤꿈치의 뼈를 연결해 발을 디디거나 뛰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지만 머리에 든 게 없는 것이 그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이 예로 보면 아킬레스건은 힘줄과 전혀 다른 의미다. 어떠한 사연이 있어서 그러한가? 아킬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 영웅이다. 미르미돈족(族)의 왕 펠레우스와 바다의 요정인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테티스는 태어난 아이를 불사신(不死身)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강(죽은 자가 반드시 건너가는 저승의 강이며 뱃사공은 카론이다)에 그를 거꾸로 잡고 담갔다 꺼냈다. 손으로 잡고 있던 발뒤꿈치는 강물에 젖지 않는 바람에 불사신에서 제외됐다. 시간이 지나 펠레우스는 신탁(神託)을 통해 아킬레스가 전사(戰死)한다는 것을 알고 여장을 시켜 공주들과 키웠다.

그러나 아킬레스만이 트로이를 함락시킬 수 있다는 점성가의 권고에 따라 결국 여장을 벗고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 아킬레스는 아가멤논 군대에 소속돼 용감한 전사로 이름을 날렸다. 트로이 왕의 맏아들이며 트로이군의 총사령관 헥토르까지 죽였다. 아킬레스는 트로이 공주 폴릭세네에 반해 신전에서 결혼식을 하려 했으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던 트로이의 장군 파리스가 쏜 화살을 맞아 숨졌다. 불사신이 죽다니! 불행히도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은 것이었다. 만약 화살이 다른 부위에 맞으면 당연히 죽지 않았을 텐데. 아킬레스의 최대 약점은 바로 스틱스 강물에 젖지 않은 발뒤꿈치였던 셈이다. 여기서 비롯돼 우리는 제 각각 가지고 있는 어떤 치명적인 약점을 가리켜 '아킬레스건'이라 했다.

우리나라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툭하면 법을 만들어내는 도깨비 방망이일까. 수능점수의 노예로 만드는 교육제도일까. 사회구조를 일그러뜨리는 정치인일까. 끝없이 추락하는 경제일까. 국가존립을 위협하는 북핵(北核)일까. 중구난방 떠들어대는 언론일까. 아니면 실종된 시민 질서의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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