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이규식
한동안 우리 사회의 화두였던 규제완화는 정작 필요한 부분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운전면허 취득 절차같이 오히려 강화가 필요한 분야에서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안전교육이수→필기시험→장내 기능시험→도로주행에 이르기까지 며칠 안에 끝낼 수 있다니 도로교통과 안전운행 확보차원에서 적신호가 벌써 몇 년째 켜진 셈이다.

규제를 풀어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며 60시간 의무교육을 13시간으로 축소하고 T자 코스 폐지, 장내 기능시험 주행거리를 700m에서 50m로 단축하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해졌다. 임시면허를 발급받고 6시간 도로주행 연수를 마치면 정식면허증을 내주는데 1년 이하 운전경력자의 사고비율이 2014년 기준 1만명당 63.2건이라니 규제완화가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는 간데없고 초보, 운전 미숙자를 그대로 도로에 방치한 셈이다. 장내 기능시험 준비에서도 사설운전 강습에서 전반적인 운전 메커니즘이나 차량 시스템 이해보다는 시험합격을 위한 요령위주의 연습이어서 위험이 가중된다. 신호시 2초 내 무조건 급정지하고 비상등을 켜라는 강사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 교습생들은 막상 도로상에서의 실제상황 발생 시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취약점을 인지했는지 올 11월부터 운전면허 기준을 다시 강화한다고 하는데 느슨했던 규정을 새로 바꾸는데 필요한 예산상의 낭비는 물론 그간 허술한 과정으로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들은 여전히 도로를 누빌 것이니 사후 재교육이나 정기적인 연수도 없는 마당에 적성검사 단축과 강화만이 유일한 대책이 될까. 더구나 외국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는 초심자 운전 시 뒷 창문에 붙이는 초보마크도 우리나라에는 없으니 이래저래 위험요인만 잔뜩 안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마크나 중국의 '실습' 표시<사진>는 나름 대비책이 될 텐데 우리도 최소한 1년 정도라도 이런 표지를 부착토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