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
[반려동물 이야기]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초이’라는 녀석은 이전 주인이 임신을 하는 바람에 우리 집으로 오게 된 녀석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반려동물들이 보호자의 결혼 혹은 임신, 출산의 이유로 함께 하던 가족을 떠나 다른 가족에 입양돼 가기도 하고, 그러기에는 너무 고령이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엔 버려지거나 혹은 극단적인 선택을 당하는 경우까지도 보아온 사례가 있다.

필자의 경우, 결혼 후 세 마리의 고양이와 두 마리의 개를 계속 키우면서 임신을 미루고 있었을 때 시어머님께서 수의사 며느리인 내게 정식으로는 꺼내기 쉽지않으셨는지 지나가는 말씀으로 개를 너무 예뻐하면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다면서 걱정 섞인 말씀을 하신 적도 있다. 혹은 임신이 된 후에도 고양이나 개는 아기와 함께 키울 수 없다는 것이 마치 진리인 양 여기는 사람들도 있고, 특히 고양이의 경우에는 톡소플라즈마의 감염이 유산을 일으킨다는 것이 마치 우리가 어렸을 적 공포스런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고양이를 기르는 대부분의 임산부들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무엇이 맞는 것일까? 물론 아이와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단순히 임신과 출산이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포기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다만 서로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에서 아기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라면 임신 기간 동안 반려동물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생활하던 경우 이때부터 차근히 새 식구를 받아들일 준비를 반려동물에게도 시켜야 한다. 칸막이로 제한된 일정한 공간에는 접근하지 못하는 훈련이라든가 아기 울음소리나 인형 등을 이용해 다른 누군가와 보호자의 사랑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서서히 인지를 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톡소플라즈마는 원충의 하나로, 고양이과 동물이 종숙주이기 때문에 다른 포유류에서는 전달만 되지만 종숙주인 고양이의 체내에서는 생존 뿐 아니라 번식도 가능하다.

하지만 개의 경우에는 이와 무관하며 실내에서 사료를 먹으며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의 경우에는 톡소플라즈마에 이환될 가능성은 매우 적은 편이다. 사람도 톡소플라즈마의 주된 감염 경로는 생선회, 육회와 같은 날고기나 날계란 혹은 흙에 오염된 채소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고양이로부터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혹시 고양이가 매일 나가서 쥐와 같은 날 것을 잡아먹거나 그런 날것의 상태로 주지 않는 한은 말이다.

실제로 국내 임상 필드에서 톡소플라즈마에 이환이 된 것으로 의심되는 고양이의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우리나라에서 톡소플라즈마가 임신태아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확진된 경우는 단 2건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을 떨칠 수 없다면 고양이 배설물을 임산부가 치우지 않도록 배려한다든가, 어쩔 수 없이 임산부가 이를 치워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일회용 장갑이나 마스크를 착용하면 이에 대한 걱정을 훨씬 줄여 줄 것이다.

본인 혹은 고양이의 항체 검사를 통해 애초에 확인을 받게 하는 의학적인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날생선, 생식 등을 피하고 야채도 깨끗이 씻어 익혀 먹이는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인 가족끼리도 함께 살기 위해 서로 맞춰가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듯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함께 하는 것에도 응당 치러야 하는 희생과 노력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보다 동물들은 적응력이 뛰어나며, 필요하다면 반복 학습을 통해 좋은 생활습관을 갖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무조건 속설이나 낭설을 믿기에 앞서 행복한 공존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며 과학적이고, 또한 빠르고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위안과 행복감은 이러한 노력들을 기울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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