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화요글밭]

어느새 가을의 한 가운데 와있는 요즘, 문득 고등학생 시절의 담임선생님이 떠오른다.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큰형처럼 우리의 고민을 이해 해주시고 감싸줬던 선생님. 철없이 천방지축 돌아치던 철부지 고등학생에게 그때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말씀으로 세상을 보는 눈과 마음을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

그동안 무엇이 그렇게 자신없고 쑥스럽고 용기가 없었는지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편지 한 장 써보지 못하고 몇 해 전, 30년이 지나서야 찾아뵐 수 있었지만 나의 가슴 한편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참 고마운 선생님이다.

스승은 우리에게 참되고 바르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며, 은혜는 하늘같고 우러러 볼수록 높은 마음의 어버이라고 노랫말도 있으며, 스승에 대한 존경으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말은 옛말이 됐고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교권침해나 사제지간에 자극적인 기사들은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더 이상 선생님을 스승으로 여기지 않고 지식만 전달하고 문제 푸는 능력을 키워주는 기술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최근 교육부의 교권침해 자료를 보면 2015년 3458 건이 발생해 하루에 10건 가까이 교권침해가 발생하고 있고 선생님이 된 것을 후회하는 비율이 OECD회원국가 평균인 9.5%보다 2배 넘는 20.1%라는 조사결과로 우리나라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OECD 회원국 중 꼴찌라 한다.

최근 선생님들의 명예퇴직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의 선생님에 대한 폭력과 학부모들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한다.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점점 식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이들의 인성을 길러주고 교권을 회복하기 위해 인성교육진흥법이나 교권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법으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영어, 수학보다는 교양과 예절을 좀 더 강조할 수 있는 참교육을 하고 다시 기본부터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강한 학교, 다정한 사제지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대단한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에게 먼저 인사하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전할 수 있는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를 하나씩 실천해보면 어떨까?

선생님에게 감사의 편지를 써보자! 선생님이 미울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의 성장을 위해 애써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선생님의 노고를 깨닫는 건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정말 나의 마음을 전하는데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이 편지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취지 아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감사편지쓰기 공모전을 하고 있다. 당선이 되면 부상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당선이 안되면 어떠랴. 말로는 하기 어려웠던 고마움…. 조금은 어색하고 쑥스러울 수 있지만 이런 기회에 용기를 내보는 게 어떨까? 같은 표현을 하더라도 말이나 메신저로 전할 때 보다 편지로 전할 때 그 종이에 적혀진 마음은 상대방에 훨씬 더 강한 힘으로 전달된다. 제자로부터 그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받는다면 이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보람과 사명감을 느낄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사회가 학교이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분이 선생님이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문화를 되살리고 청소년들의 인성을 길러주어 올바를 사제지간이 정립되고 건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정성이 담긴 손편지는 참 좋은 방법이며 작은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행복한 학교가 되길 기원하면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편지 한통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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