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순 나노하이테크 대표
‘김희진 장학기금’ 만들어
한남대에 6400만원 기탁

대학 재학 중 불의의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난 딸의 모교에 12년째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는 부정(父情)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김병순 ㈜나노하이테크 대표로, 김 씨는 2005년 한남대 일문과 4학년 재학 중 루푸스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희진 씨의 아버지다.

루푸스병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며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1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김 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2005년 당시 자신을 찾아온 희진 씨의 친구들을 잊을 수 없다. 희진 씨의 학과 친구들이 딸을 먼저 보낸 충격으로 힘들어하던 김 씨를 찾아 조심스럽게 5만원을 전달하면서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 나이에도 타인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진심을 전하던 학생들을 보면서 평소 교우관계가 좋았던 딸이 더욱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후 그 많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보답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 씨는 딸의 이름을 딴 ‘김희진 장학기금’을 만들게 됐고 이후 매년 수백만원 씩 한남대에 기탁했다. 김 씨는 “지금도 희진이 친구들이 생각나면 울컥할 때가 많다. 결국 사람은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 약속과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니 진심을 전하던 학생들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며 회상했다.

29일 기탁한 600만원을 포함해 김 씨가 지난 12년간 기탁한 장학금은 총 6400만원에 이른다. 김 씨는 "이제는 한남대가 늘 곁에 있는 포근한 가족같이 느껴진다"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전달돼 제 딸이 이루고자 했던 학업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덕훈 한남대 총장은 "딸을 잃은 슬픔을 귀한 장학사업으로 승화시켜 12년 동안 많은 한남대 학생들의 꿈을 뒷받침해준 김 대표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남대는 2006년 2월 학위수여식에서 고 김희진 학생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김대환·강은경 기자 top7367@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