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1789년 대혁명 이후 프랑스 의회는 혼란과 격동의 와중 속에서도 그레구아르 신부에게 프랑스어 사용을 보편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오랜 기간 앙케트와 실태조사 끝에 당시 프랑스인의 1/4 정도만이 모국어를 정확히 구사할 줄 알고 1/3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서에 포함되었다. 혁명의 이념이었던 '평등'을 구현하기 위하여, 국민들이 국가정치에 더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특히 지방행정단위인 '데파르트망'에 프랑스어 교육기관을 설립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로부터 200여년, 올바른 언어교육은 역대 프랑스 교육부 장관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역점 시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모국어와 자국문화의 순수성을 지키고 정확한 언어사용을 사명으로 하는 원로단체인 500년 전통의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가입되면 초록색 복장과 칼을 지급받는다. 그때부터 그들은 모든 적들과 위해요소로부터 프랑스어를 지키는 사명을 부여받은 모국어의 전사(戰士)가 되는 것이다.

지금도 시행되는 프랑스 대학입학자격시험 바칼로레아 제도가 도입된 것이 19세기 초 나폴레옹 집권시기였으니 이 또한 200여년 역사를 헤아린다. 그간 부분적으로 보완, 수정되기는 했지만 시험제도의 골격과 의미는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죽음은 인간에게서 일체의 존재의미를 박탈해 가는가', '재화만이 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예술 없이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가', '여론이 정권을 이끌 수 있는가' 같은 문제에 4시간 동안 장문의 논술로 답을 써야하는 바칼로레아 시험이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바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올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이 교육부 폐지를 주장했는데 오랜 세월 딜레마에 빠져있는 우리 교육 특히 대입제도 현실에 결부하여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대학정책은 가칭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초?중등 교육은 해당 지역 교육청으로 대폭 이관한다는 취지인데 적극적으로 논의해볼만한 의제가 아닐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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