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투명사회를 위한 기대감과 경제위축을 우려하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자치단체와 법률사무소 등에는 사안별 유권해석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목격된 곳은 식당가이다. 자치단체의 구내식당은 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룬 반면 고급음식점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업주들이 울상을 지었다.

김영란법이 규정한 음식 접대 상한은 3만원이다. 대중음식점은 영향이 적겠지만 횟집, 고급 한정식집 등은 이 가격을 맞추지 못해 애로가 크다고 한다. 대전시내 한 음식점 업주는 이 법 시행 첫날 저녁 손님을 두 팀밖에 받지 못했다며 이대로라면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골프장 업계, 화훼업계 등도 매출이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11조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법 시행 초기 시범 케이스로 걸려들 것을 우려한 김영란법 대상자들이 몸을 지나치게 사리고 있지 않나 싶다. 공무원, 공기업직원들을 중심으로 일단 소낙비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짙게 깔려있다고 한다. 관가 주변 음식점의 한산한 풍경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장기적인 경제침체에 메르스 사태의 고비를 막 넘긴 업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김영란법은 대학가에도 불똥이 튀었다. 조기취업 대학생의 학점부여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제까지 대학들은 취업을 한 학생들에 한해 마지막 학기의 학점부여에 비교적 관대했으나 이제부터는 그럴 수 없게 됐다. 교육부는 김영란법 시행 이틀 전인 26일에서야 각 학교 별로 학칙을 개정할 경우 조기취업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 혼란을 야기했다. 올해 졸업 전 취업이 예상되는 대학생은 4000여명이나 된다.

김영란법 시행이 가져올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 기간을 최소화하는 과제가 남았다. 김영란법은 청렴국가 건설이라는 대전제 아래 출발했다. 법조문 그대로 부정청탁을 금지하자는 것이지 사회통념을 거스르자는 취지가 아니다. 시행초기라고는 하나 이 법 대상자들의 활동이 경색된 측면이 있다. 김영란법의 연착륙과 경제 충격 최소화에 지혜를 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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