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길 잃은 중장년 <중>]
구멍난 지자체 지원
충북중장년채용박람회 열려
생산직 우선 … 실질대안 안돼
전문성 살릴 맞춤 지원 절실

▲ 28일 청주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16충북중장년채용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지원공고를 바라보고 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에 새롭게 조성된 상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50대 후반의 최모 씨. 그는 20여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주변의 조언으로 치킨가게를 차렸다.

교직생활 동안 별다른 노후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과외자리를 구해 생활비를 벌었지만 그마저도 젊은 친구들이 많아져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퇴직금과 부인이름으로 받은 대출금을 합해 치킨가게를 오픈했다.

상권이 커갈수록 경쟁업체들이 많아졌고 가게의 매출은 내리막을 걸었다. 야간 일이 고되고 힘들지만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도 없었다.

치킨집, 편의점 등 자영업종은 은퇴의 길을 걷고 있는 베이비부머가 가장 쉽게 접근하는 시장이다. 은퇴자들이 별다른 지식이 없어도 가게를 오픈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50·60대 퇴직자 4명 중 1명이 자영업을 준비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청주지역에서 중·장년 취업지원이 이뤄지는 곳을 살펴보면 청주시니어기술창업센터와 충북경영자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청주시니어기술창업센터는 중·장년의 인생 2막 설계를 위해 2013년 개소했다. 퇴직자들의 전문성과 경력,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기술창업으로 연계해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취지였다. 센터는 고정 16석, 자유 12석, 업무보조공간(컴퓨터실, 회의실, 휴게실, 교육장) 등의 창업 인프라를 갖췄다. 창업의 기본적인 교육부터 전문가 멘토지원, 법무·세무까지 각종 지원이 이뤄진다.

충북경영자총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도 장년나침반 생애설계프로그램, 전직스쿨, 재도약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방법을 마련해 중장년층의 제2의 인생설계를 돕고 있다.

청주지역내 센터는 2010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업을 승인받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구직자에게는 재취업 및 창업, 생애설계지원 등의 종합 전직지원서비스를,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에는 경력 및 전문인력 추천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난해에 이어 28일에는 ‘다시 뛰는 중장년! 다시 잡(job)는 내일’이란 주제로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2016 충북중장년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구인업체와 구직자의 미스매치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중장년층의 취업알선 지원이 목적이다. 현장에서 53개 업체 부스에서 직접면접이 이뤄지는 등 370여명 규모의 채용이 이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채용박람회도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박람회에서 이뤄지는 채용자체가 생산직 우선이다 보니 은퇴자들의 전문성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중장년층들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전문분야가 아니다보니 다시금 고용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퇴직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퇴직자들이 일거리가 급하다 보니 본인 적성과 무관하게 소자본 창업과 생산직을 지원하는데 대부분 실패를 맛본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퇴직자들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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